[실천가들]“왜 방목해서 기르냐고요? 제 자존심입니다!”_부여 '성동목장'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방목생태축산농장이 되었습니다

 

“왜 방목해서 기르냐고요? 제 자존심입니다!” 

부여 ‘성동목장’

 

방목생태축산 지정농장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목표, 그것은 동물복지와 친환경의 실현이다. 잘 조성된 초지와 그 곳에 자유롭게 방목해 키우는 적당한 규모의 농장동물들까지 방목생태축산을 실천하는 농장들은 누구보다 가치 지향적인 축산의 실현에 관심이 높다.
문제는 기존 관행 축산과는 다른 방향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 도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로지 소들을 건강하게 오래 키우자는 마음 하나로 더 건강한 소들과 더 건강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유기축산을 시도하고,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방목생태축산까지 실천하고 있는 ‘성동목장’을 방문했다. 


성동목장 방목초지에서 풀을 뜯고있는 소들  ⓒ친환경축산협회





축산계의 친환경축산 인증부자, 성동목장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싣고, 굽이굽이 따라 도착한 강경역. 이곳에서 차로 10분을 더 가면 길가 양옆으로 잘 조성된 조경수가 반겨주는 성동목장의 입구가 나온다. 성동목장은 1990년 축산을 전공한 이용우 대표가 설립한 곳으로, 21ha에 이르는 광활한 초지를 보유한 대표적인 친환경 축산농장이다.

성동목장이 보유한 친환경축산 관련 인증만 해도 5개. 2015년 방목(산지)생태축산농장 지정, 2017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과 유기축산물 인증 획득은 물론 국제유기인증과 HACCP까지 보유하고 있다. 친환경축산 관련 인증 부자목장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친환경과 동물복지 실천에 있어 선도적인 목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성동목장의 이용우 대표는 한국낙농육우협회의 도지회장과 감사로 꾸준히 활동하기도 했다. 우유를 생산하는 낙농과 친환경축산에 대한 미래를 고민하며 유기축산과 방목생태축산을 동시에 실천하고 있는 그와 그의 목장을 만나러 직접 부여로 갔다.


성동목장 축사와 체험장 ⓒ친환경축산협회




소들을 위한 유기농 풀, 건강한 땅이 먼저입니다


충남 부여 옆 논산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이용우 대표가 지금의 부여에 터를 잡은 것은 2009년이다. 원래 살던 곳에서 다시 목장 터를 알아보던 이 대표는 지금의 농장 부지를 본 순간 바로 이사를 결정했다. 이 땅이라면 조사료 재배와 방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목장 부지를 마련한 후 농장을 이전하고 가장 먼저 시작했던 것이 조사료 재배를 위해 땅심을 기른 일이었다. 2013년 이미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았지만, 농장에 마련된 조사료포의 지력, 즉 땅심이 충분치 않았다. 화학비료 사용이 일절 금지된 유기축산물 인증농장이기에 퇴비만으로 조사료를 재배해야 했고, 땅심이 없는 토지에 화학비료조차 사용하지 못하니 부실한 초지가 형성될 수밖에 없었던 것. 결국 이 대표는 이미 받아놓은 유기축산물 인증을 잠시 포기하고 땅심을 기르는데 사력을 다했다. 농장에서 자체 생산되는 퇴비와 함께 친환경적인 유기물을 조사료포의 토양에 넉넉하게 넣었고, 토양의 성분 파악과 함께 조사료 재배와 토양에 대해 꾸준히 공부를 했다. 1년에 2번씩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토양검정을 실시해 꾸준히 점검했고, 그 결과에 따라 조사료포의 적절한 토양 마련에 몇 년간 힘을 쏟았다. 이 모두 친환경축산의 가치인 제대로 된 자연순환의 실천을 위해서였다.

지력을 충분히 증진한 후 조성한 초지는 성공적이었다. 조사료포는 물론 소들을 위한 방목초지의 풀들 모두 건강하게 자랐다. 농장 내에서 자라는 조사료포와 방목초지 모두가 유기농인 목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조사료포의 유기농 인증을 비롯해 2017년 젖소목장의 유기축산물 인증과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며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력을 확보하는데만 무려 8년이 걸린 셈이다. 긴 시간이지만 이 대표는 후회하지 않는다며 말했다.

“포기하기에는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죠. 아까운 시간이 절대 아닙니다.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닌 축산 전공자로서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축산을 해나가고 싶었습니다. 또 무엇보다 소들을 건강하게 오래 키우고 싶었어요. 제 자식이나 다름없는 친구들이니까요”


성동목장에서 직접 키우는 유기농 조사료포 ⓒ친환경축산협회

 



조사료는 80% 이상 자급…완전한 자연순환 목장이 목표

 

목장 가운데 위치한 축사와 이어진 위쪽 언덕배기의 방목초지를 제외하면 농장 전체가 유기농 조사료를 재배하는 조사료포다. 땅을 살리려는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조성된 풀들은 건강하게 자라 영양가도 풍부하고, 넓은 면적까지 더해 성동목장의 소들은 다양한 영양분 섭취를 위해 들어가는 알팔파 등의 일부 조사료를 제외하곤 80% 이상 목장에서 직접 재배하는 유기농 조사료를 먹고 자란다. 방목초지에서 직접 뜯어먹는 풀까지 포함하면 자급률이 더 높아진다. 유기축산과 유기농업을 동시에 실천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연순환농업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기농 조사료의 자급은 원가절감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사다 먹이는 사료가 현저히 줄다보니 사료 값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현재 성동목장의 소들은 육성우와 건유우는 물론 우유를 생산하고 있는 착유우에게도 거의 대부분 자가 조사료를 급여한다. 착유우에게 자가 조사료를 급여하는 것은 낙농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직접 재배하는 조사료를 먹일 경우 우유의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이를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신선한 유기농 풀을 적절한 영양 밸런스에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자가 조사료를 충분히 급여하는게 소들에게 더 좋습니다. 건조한 상태의 건초보다 야들야들한 풀을 신선하게 먹으니 너무 마르지도, 너무 살찌지도 않아요”

 

농장에서 직접 만드는 발효조사료. 100% 유기농 조사료를 급여한다. ⓒ친환경축산협회





초지를 자유롭게 노니는 소들…“어릴 적 꿈 이뤘다”

 

초등학교 시절 방문한 젖소목장에서부터 이 대표는 내 젖소목장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축산을 전공했고, 목장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목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후부터는 또다른 꿈이 생겼다. 단순히 목장주가 되는 것이 아닌 소와 사람, 환경 모두를 위해 더 나은 형태의 나만의 목장을 경영하고 싶은 꿈이 바로 그 것이다. 유기농 조사료를 직접 재배하고 유기축산을 실천하는 것에 더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과 방목생태축산농장 지정까지 받고, 이 모두의 기준을 지켜나가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다.

“각 인증이나 지정제도에서 요구하는 기준들을 모두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우리 목장의 모습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더라구요”

실제 성동목장은 초지 방목을 꿈꾸며 시작한 방목생태축산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초지의 상태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더 영양적으로 우수한 초지를 만들기 위해 비교적 잘 조성되는 화본과목초에 더해 헤어리비치, 레드클로버 등의 두과목초들을 혼파하는데, 그 비율을 화본과목초 80%, 두과목초 20% 정도로 맞춘다. 북방형 목초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여름철의 고온 때문에 풀들이 말라죽는 하고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시기를 잘 정해 보파를 하고, 초지 황폐화를 막기 위해 구역을 나눠 소들을 번갈아가면서 방목하는 윤환방목을 실시하기도 한다.

 

시원한 축사에서 편하게 쉬고있는 소들. (취재 간 날이 참 더웠다)  ⓒ친환경축산협회





“가늘고 길게, 그리고 건강하게 가고 싶어요”

 

사실 이런 다양한 노력을 통해 우유 생산량이 늘었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라는게 이 대표의 말이다. 오히려 성동목장의 유기농 우유 생산량은 일반축산방식과 비교하면 두당 4kg정도 낮은 수준이다. 소 한 마리가 생산하는 우유의 양이 일반축산보다는 적다는 것이다. 축산업계에서 많은 연구를 통해 우유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달리 유기축산과 방목을 고집하면서 오히려 비교적 적은 생산량을 선택한 성동목장의 이용우 대표는 “유기축산물 인증농장에서는 소들이 아파도 약을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약을 쓸 일이 없게 소들이 건강한 상태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인증기준 때문만이 아니라 일단 우리 목장에서 키우는 소는 건강하게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늘 첫 번째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유기농으로 재배된 유기사료를 먹이면 최대 유량을 생산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된 일반사료를 먹일 때보다 우유 생산량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사료비율도 조사료나 초지의 풀 위주로 급여하면 곡물 위주의 농후사료를 위주로 급여할 때보다 유량이 줄게 된다. 초지 방목을 하는 것도 유량을 늘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점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성동목장의 우유가 다른 목장의 우유와 다른 점이다.

실제 성동목장은 소들에게 직접 키우는 유기농 조사료와 방목초지의 풀 위주로 충분한 풀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조사료와 농후사료의 비율도 65대 35 정도의 비율을 유지해 소들이 하루 먹는 농후사료의 양이 8kg정도로 비교적 적은 양이다. 거기에 농장 내 조성된 초지에 방목해 소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을 수 있도록 한다. 그러다보니 유량 생산성은 일반농장에 비하면 낮은 편. 하지만 그만큼 소들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다.

“단기간에 유량을 높이는 건 소에게도 사람에게도 환경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가늘고 길게, 그리고 건강하게 갈 수 있는 목장을 운영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이 대표는 소들의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소들이 건강한 생애를 보다 오래 유지하면서 건강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위해 소들의 자연적인 습성을 다시 찾아주는 것을 성동목장의 비결로 꼽았다.

실제 성동목장은 이러한 친환경축산의 모습과 건강한 유기농 우유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농장 내 앞편에 체험장을 마련해 몇 년간 운영해왔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모르겠지만 아직 지방에서는 유기농 우유와 치즈 등을 접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께 이런 유기농 우유를 맛보여드리고 더 많이 알려드리고 싶어 체험장을 마련했습니다”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작년 1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지만, 나중에는 다시 체험을 실시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기농 우유와 유기축산, 방목생태축산 등을 알리는데 앞장서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다른 농장주들이 어떻게 직접 유기농 조사료도 재배해서 먹이고, 초지관리도 하고, 체험도 하고, 젖소도 관리하냐고 하는데, 내가 원하는대로 좋은 목장을 만들어가면서 하는 일이라 그런지 할 만 합니다” 너털웃음을 보여주는 이 대표의 모습에서 성동목장의 꾸준한 성장과 친환경축산의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