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플렉스]밀키트에도 친환경 바람이 분다

  


집밥 열풍… HMR〮밀키트의 인기가 남다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집밥 열풍이 불었다. 거기에 더해 전세계적인 코로나19의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HMR(Home Meal eplacement, 가정대용식)과 밀키트(Meal Kit)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키워드가 되고 있다.

HMR은 Home Meal Replacement의 약자로, 반조리된 인스턴트 식품의 일종이다. 식재료를 구입하고, 손질과 조리의 과정을 거쳐 섭취하게 되는 음식을 먹을 때의 과정이 반조리된 상태에서 가공·포장되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데우거나 굽고 끓이는 단순조리과정 만으로도 음식이 완성된다. 기존에는 몸에 좋지않은 불량식품의 인식이 컸지만 최근 유명셰프의 참여나 영양구성을 고려한 레시피 개발 등으로 고급화와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퀄리티 높은 제품이 많이 나오면서 대중화되고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HMR은 판매액 기준 2008년 3,588억원에서 2018년 3조 3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에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2025년까지 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차세대 HMR로 불리는 밀키트의 인기는 놀랄 정도다.




밀키트, 간편하지만 직접 요리하고 싶은 마음을 읽었다


밀키트는 음식을 의미하는 Meal과 세트를 의미하는 Kit의 합성어다. HMR의 일종이지만, 이미 조리가 된 상태에서 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리과정을 거쳐야 하는 식재료를 세트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유통기한이 길지 않고 직접 조리를 해야 하는 상품이다.


음식에 필요한 손질된 재료와 양념과 레시피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되지만, 식재료를 각각 구매하고 손질하는 과정을 모두 생략할 수 있고 쉽게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각광받으면서 그 기세가 거세다. 간단하고 빠르게 먹고 싶지만, 직접 요리해 먹고싶은 욕구와 금방 조리된 건강한 음식을 먹고자하는 욕망이 소비에 반영된 것.


지난 2008년 스웨덴의 스타트업 기업 '리나스 맛카세(Linas Matkasse)'가 온라인 마트와 배달음식의 중간에 있는 서비스를 정기배송 형태로 처음 선보인 밀키트는 미국, 일본 등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각광받았고, 대형 온라인 리테일 업체 등도 유사 서비스를 도입하고 다양한 신규사업자들이 등장하며 그 시장도 놀랄 만큼 성장하고 있다. 실제 2016년 국내에 등장한 밀키트는 2020년, 불과 5년 만에 2,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2024년에는 7,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음식쓰레기 주는 만큼 플라스틱 소비는 는다


문제는 환경적인 측면이다. HMR, 특히 그 중에서도 밀키트는 레시피에 사용되는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각 재료들이 개별적으로 포장되는데, 레시피에 사용되는 양만이 제공되기 때문에 재료손질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줄지만, 비닐이나 플라스틱 용기 등의 포장재를 비롯한 일회용기 쓰레기는 대폭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보다는 포장재 쓰레기 처리가 더 쉽기 때문에 밀키트 사용을 줄이기 어렵다. 


간편하고 편리한 동시에 직접 요리한다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는 밀키트의 사용에는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라는 허점이 있다. 
실제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류와 비닐류의 재활용품 발생량은 공공처리장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5.6%, 11.1% 늘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택배나 배달 등 비대면 소비가 확대된 만큼 일회용품 사용량이 증가한 것이다.




친환경 재료 사용하는 밀키트는 아직 극소수


이 뿐 아니라 기존에는 유기농 등 친환경적인 식재료를 구매했던 소비자조차 밀키트를 구매하면서는 친환경적인 식재료를 고집하기가 어려워졌다. 
실제 유통되는 거의 대부분의 밀키트는 외식산업의 대안으로 발전해오면서 식재료 자체의 단가 절감을 위해 친환경적인 재료인 경우가 매우 한정적이고, 간편하고 편리함을 경험해 본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일반적인 밀키트를 구매해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밀키트 시장이 성장, 발전해가면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고, 밀키트 시장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친환경 패키지 사용 밀키트 는다


식재료의 특성이 다르고 조리 순서가 달라 나뉘어 포장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과도한 포장을 지양하기 위해 비교적 적은 포장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플라스틱과 비닐 포장을 친환경적인 패키지로 풀어나가고 있는 것.


전제품의 플라스틱 패키지를 종이패키기로 변경한 프레시지 밀키트  ⓒ프레시지


실제 밀키트 시장 점유율 1위인 밀키트 기업 ‘프레시지’는 환경보호를 위해 기존 밀키트 전제품의 플라스틱 패키지를 종이 패키지로 변경했다. 
자연 분해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지함 형태의 종이 패키지로 바꾸어 기존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90% 이상 줄였고, 패키지 디자인도 소비자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밀키트 제품 정보와 구성품 확인이 쉬워졌고, 별도로 제공하던 레시피 안내문도 포장지 후면에 넣어 종이 사용량을 함께 줄였다. 
실제 프레시지는 친환경적인 가치 실현을 위해 지난 4월 '친환경 종이 아이스팩'을 도입하기도 했다. 친환경 종이 아이스팩은 플라스틱 성분의 아이스겔과 비닐 아이스팩을 자연 분해 가능한 종이와 물만으로 대체한 아이스팩이다.


마이셰프의 종이패키지 밀키트 ⓒ마이셰프

또다른 밀키트 전문기업 ‘마이셰프’도 기존의 플라스틱 용기를 대신하는 환경을 생각한 ‘종이 패키지 밀키트'를 적용한 신메뉴 프리미엄 제품을 지난해 말 출시했다. 
요리 비법 '책'을 의미하는 디자인 콘셉트로 밀키트 패키지를 만들어 디자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은 마이셰프는 2018년부터 순수 물 100%로 된 아이스팩을 사용하여 배송하는 등 자체적으로 친환경적인 노력을 하고 있고 종이 패키지를 전제품에 적용하는 것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재료 사용한 밀키트 제품도 늘고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기업들도 있다. 패키지만이 아니라 밀키트의 식재료까지 친환경적인 농축산물을 이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많은 제품군이 있지는 않지만, 평소 친환경 농축산물을 애용해온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푸브먼트


푸브먼트 ‘계절의 기억’ 밀키트 / 3년 연속 미쉐린가이드에 등재된 맛집으로 유명한 서촌의 요리주점인 ‘주반’을 기반으로 등장한 밀키트 브랜드 푸브먼트 FOOVEMENT) 가 런칭한 ‘계절의 기억’ 라인은 자연친화적 소재와 식재료 사용을 기반으로 한다. 푸브먼트의 메인 슬로건인 ‘For earth, for us’를 반영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농축수산물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축산물 같은 경우에는 무항생제 축산물과 동물복지 인증을 모두 받은 ‘더불어행복한농장’의 돼지고기를 사용하며, 수산물같은 경우도 지속가능한 어업 인증(MSC) 및 양식 인증(ASC) 수산물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패키지와 레시피 설명서도 특별하다. 패키지도 직접 패키지 제작업체를 찾아 식재료를 보관하는 생분해성 수지 내포장재 개발에 성공해 이를 상품에 적용했고, 사탕수수 부산물로 만든 상품 설명서, 밀짚 펄프로 만든 용기, 전분과 물로 구성한 보냉 팩, 종이 테이프, 종이와 알루미늄으로 만든 보냉 택배 박스까지 모든 구성 요소가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도록 구성했다.


ⓒ담따프레시


담따프레시 ‘무항생제 지례 흑돼지’ 밀키트 / 2016년 설립된 ㈜담따프레시는 농축산물 반가공 전처리 식재료, 밀키트 등을 생산하는 영남지역 최대 직영 농축산물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이다. 농업회사인 만큼 식재료로 활용되는 농축산물에 대한 접근이 남다르다. 
HACCP 인증은 물론 벤처기업 인증, 이노비즈(기술혁신) 인증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담따프레시는 농축산물 가공공장의 노하우를 활용해 다양한 밀키트부터 반찬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데, 특히 짜글이부터 매콤불고기, 간장파채불고기 등 무항생제 지례 흑돼지고기를 활용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100% 물을 이용한 친환경 아이스팩 사용은 물론 밀키트에 들어가는 채소들도 조리과정에 따라 과도한 포장을 덜어 함께 포장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바르계


바르계 ‘무항생제 닭갈비’ 라인 밀키트 / 국내산 무항생제 닭고기를 취급하는 닭고기 전문회사 ㈜준푸드의 브랜드 ‘바르계’ 중에서도 인기있는 무항생제 닭고기의 다릿살만을 이용한 무항생제 닭갈비 밀키트가 인기다. 무항생제 닭고기만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식육가공 및 포장에 대해 HACCP 인증도 받았다. 저가의 냉동 수입닭고기가 아닌 무항생제 국내산 닭고기만을 고집하는 것은 물론 고춧가루와 대파, 마늘 등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한 특제 양념장도 좋은 반응이다.


ⓒ 하림

하림 ‘자연실록 태양초 닭볶음탕’ ‘궁중식 찜닭’ 밀키트 / 종합식품기업 하림도 무항생제 닭고기를 사용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닭고기와 국내산 채소, 양념소스로 심플하게 구성되어있는 하림의 밀키트는 전국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온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 고력당

고력당 ‘무항생제 흑염소’ 밀키트 라인 /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흑염소 고기를 활용해 각종 보양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순천의 흑염소 식당 ‘고력당’의 흑염소 요리를 밀키트로도 만나볼 수 있다. 궁중수육전골과 불고기, 뼈대갈비, 홍전골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소중한 사람에게 보양식을 대접하고 싶다면 무항생제 흑염소 고기로 만든 고력당의 밀키트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내 아이를 위한 밀키트


국내에서 대부분의 밀키트는 일반 농축산물이 재료가 되지만, 친환경 재료를 고집하는 밀키트 업계가 있는데, 바로 유아식 분야다. 
내 아이에게 더 나은 음식을 먹이고 싶다는 부모들의 마음을 반영해 유기농, 무농약 채소와 무항생제 축산물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적인 농축산물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성장시기에 맞춘 다양한 이유식 밀키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 맘마유


맘마유  

초기, 중기, 후기, 완료기, 유아기 등 각 성장시기별 맞춤형 이유식 밀키트를 제공하는 ‘맘마유’는 체계적인 이유식 이론과 이유식 레시피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도 따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식 밀키트’ 전문업체다. 
국내산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며, 축산물 또한 국내산 무항생제 축산물을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각 개별 재료들의 포장에 무게부터 인증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맘마유랑 바른요리’라는 이름으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가정식 밀키트도 출시했는데, L글루탐산나트륨, 보존료 등이 들어가지 않은 양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담밀


도담밀 

메뉴별 단품판매가 아닌 개인화된 맞춤형 식단 및 케어를 포함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콘셉트로 한 이유식 전문업체 ‘도담밀’은 론칭 초기부터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이유식 토탈관리 서비스를 신규 런칭, 아기들의 영양밸런스를 고려한 식단관리를 포함해 이유식 진단 서비스 등도 함께 제공한다.

도담밀에서는 이유식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밀키트를 판매하는데, 특히 전문영양사가 직접 엄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친환경 식재료 우선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쌀, 버섯 등 다양한 농산물의 경우 유기농〮무농약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고, 축산물 또한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한우와 닭가슴살만을 사용하는 등 건강한 재료를 간편한 밀키트로 제공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