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가들][유기축산_산양] 충남 괴산_수암숲속목장

이 스토리는 <매거진 더 이음_겨울호>에 실린 기사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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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축산과 산지생태축산의 만남

충북 괴산, '수암숲속목장'


충북 괴산군에 위치한 수암산의 해발 600m 위에 위치한 ‘수암숲속목장’. 수암숲속목장은 국내 단 두 군데뿐인 유기농 산양유를 생산하는 농가 중 하나로, 산지를 활용해 가축을 사육하는 ‘산지생태축산’과 ‘유기축산’을 연계해 자연생태계를 유지·보존하는 친환경적인 축산방식으로 산양을 기르고 있다. 사육방법을 배우려는 농장주들과 관광을 위해 찾는 이들이 많아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난 농가이기도 하다. 초지에서 마음껏 풀을 뜯으며 생활하는 자유로운 사육환경 덕분일까. 수암숲속목장의 산양유는 산양유 특유의 냄새가 덜 하고 고소한 부드러운 맛에 인기가 높다. 유기농 산양유의 생산과 유통에 매진하며 관광목장으로서 사람들에게 ‘쉼’을 제공하고 있는 수암숲속목장을 찾았다.  


자연과의 공존, 진정한 ‘친환경’ 축산 


충북 괴산 수암리 산 위에 위치한 수암숲속목장은 국내 단 2군데뿐인 유기축산으로 유기농 산양유를 생산하고 있는 농가다.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는 가파른 산 비탈길을 힘겹게 올라가자 산기슭부터 산꼭대기까지의 드넓은 방목장이 펼쳐진다. 가을을 맞아 알록달록 하게 물든 나무들과 초지에서 산양들이 자유롭게 흩어져 풀을 뜯고 있는 그야말로 꿈같은 풍경이다. 


“우리 목장은 산양들이 초지에서 맘껏 뛰어놀며 각종 풀들을 뜯어먹고, 쉬고 싶을 때는 개방된 축사에서 편안히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가히 이상적인 축산농장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모습은 김운혁 수암숲속목장 대표가 유기축산과 산지생태축산, 자연방목으로 직접 조성한 사육환경이다. 

김 대표가 유기축산과 산지생태축산, 자연방목을 고집한데는 지난 뼈아픈 경험에서 우러나온 깊은 고민의 결과에서 비롯됐다. 건설업에 종사하던 김 대 표는 도심을 벗어나 농촌에서 유유자적하게 살고자 염소농장을 시작하기로 결심했고, 2004년부터 야심 차게 염소 150마리 사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1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폐사했다. 폐사원인을 분석하던 김 대표는 좁은 축사환경이 염소의 생리에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동물이 행복해야 사람과 환경이 건강할 수 있다는 깨달음과 함께 2015년부터 유기축산을 시작했다. 

아울러 해발 600m의 산 위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산지생태축산을 유기축산과 결합, 그 결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산지축산우수농가 10대 농가에 선정됐다. 친환경축산 대상 공모에서도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입상했다. 



365일 자연방목, 체험목장 개방… 치유체험목장 조성


 “바쁜 현대인들이 목장에 와서 마음을 치유받고 쉬어가게끔 목장을 조성하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치유체험목장을 조성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목장에 와 위로를 받고 쉼을 얻어가게 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자 소명이라고 말한다. 

그는 치유체험목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2018년 육용염소에서 유산양으로 축종까지 전환했다. 또한 누구나 원하면 얼마든지 방문할 수 있도록 체험목장을 개방했다. 체험비도 전액 무료다. 현재는 코로 나19로 인해 체험목장을 잠시 중단했지만 코로나가 확산되기 이전에는 주말마다 하루에 30~40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체험목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농장을 오가는 만큼 김 대표는 농장 청결유지에 거의 모든 하루를 쏟아 보낸다. 친환경축산을 실천하는 한 사람의 생산자로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혐오산업이 아닌 깨끗하고 친환경적인 축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김 대표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쾌적한 환경 덕분일까, 수암숲속목장의 폐사율은 0%에 가깝다. 자연 환경에서 365일 방목으로 자유롭게 자란 건강한 산양 들은 고품질의 산양유와 다산으로 보답해주고 있다. 아 울러 김 대표는 완전한 자연방목으로 사료비 절감 효과도 보고 있다. 성장기의 어린 산양들을 제외한 모든 산양들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산지에서 자라나는 풀을 먹 고 자란다. 따로 배합사료를 급여하지 않고 자연방목하며 산에 있는 풀을 먹게끔 해 사료비를 절감한 것. 

김 대표는 사육 마릿수를 늘려 더 높은 수익을 창출 할 수도 있지만 현재 사육 마릿수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개체수가 늘어나면 주변 산간지역이 황폐화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친환경축산을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배앓이 없는 신선한 맛, 유기농 산양유를 찾는 사람들 


수암숲속목장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산양유의 대부분 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김 대표는 체험목장으로 방문했던 이들이 입소문을 내준 덕분에 자체 판매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농장 을 개방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믿음직한 마케팅 요소로 작용해 판매량이 증가한 것. 아울러 산양유가 일반 우 유와 달리 모유와 비슷한 단백질과 지방구조로 이루어 져 소화가 쉽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암숲속목장의 유기농 산양유는 소화기관이 좋지 않은 이들과 반려견을 기르는 견주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김 대표는 당일착유, 당일발송 원칙을 고수하며 착유 한지 1시간 이내 즉시 살균하여 목장에서 갓 짜낸 신선 함을 그대로 담아 가정으로 배송하고 있다. 하루가 지 난 산양유는 분말로 가공하거나 냉동제품으로 만들고, 2일이 지나면 최상의 품질 유지를 위해 폐기한다. 또한 63~65℃에서 30분간 저온 살균하여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등 영양소의 파괴율을 최소화했다. 이 때문에 수암숲속목장의 유기농 산양유는 신선하고 잡내가 나지 않아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산양유라는 평이 많다. 

최근 김 대표는 더 신선한 산양유 공급을 위해 유가 공장 확장공사에 돌입했다. 태양열 전지판을 달아 전기 소비를 최소화함은 물론이고, 자동화된 설비로 더욱 청 결하고 신선하게 산양유를 고객들에게 공급할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다. 


세심한 관리로 연중 산양유 생산

 

김 대표는 축산에 있어 환경보전과 청결유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가축’이라는 특성상 인간이 경제동 물로 활용할 수밖에 없지만, 사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직접 젖을 물려 길러 애정이 각별하다는 그의 말대로 산양들도 그의 마음을 아는지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스스럼이 없다.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도 없어 농장에 발을 들이자 옷과 가방에 몸을 비비 고 발걸음을 옮기면 종종걸음으로 뒤따라온다. 

산양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보살핌으로 그는 계절별로 일정한 유량을 확보하는데도 성공했다. 보통 산양은 계절번식을 하는 동물이라 계절별로 유량 이 일정하지 않아, 농가에서는 산업화하는데 한계 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수암숲속목장의 경우 겨울철을 비롯해 연중 일정한 유량의 산양유를 생산중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며 “산양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그 습성을 그대로 살려 사육하는 게 비결”이라 말한다. 



한편 김 대표는 후배 농장주들에게도 세심한 자세로 가르침을 아끼지 않는다. 경쟁자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르쳐주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다. 친 환경축산을 하는 이들도, 산양을 기르는 이들도 많 이 없는 만큼 후배 농장주들이 많아져 결집·결속하 면 더 나은 축산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실제로 산양 농장을 준비하는 예비 농장주들 이나 산양 농장주들은 수암숲속목장을 찾아 김 대표 에게 조언을 구하고 산양을 구입해가기도 한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축산의 수준도 그에 맞춰 같이 올라가야한다”며 “더 이상 감추고 숨기는 축산은 비전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축산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는 자연과 사람이 공존·상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 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혐오산업이라는 축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아름다운 목장을 가꿔나가는 수암숲속 목장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