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플렉스]유기농이 사치가 되지 않도록…

양극화 시대, 유기축산의 공공성을 말하다

 

건강, 환경, 동물복지—오늘날 많은 이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 가치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식품 소비 시장에서도 반영되어, 항산화 식품,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단, 무첨가·무가공 식품, 유기·무항생제·동물복지·저탄소 축산물 등 다양한 식품들이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 빠르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흐름에 모두가 함께할 수 있을까요? 현실에서는 식단의 선택조차 소득과 계층에 따라 뚜렷하게 양극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식단 양극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닌데요. 미국 농무부 경제연구국(USDA Economic Research Service)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높고, 고소득층은 유기농 생야채, 생고기 같은 신선한 원재료를 주로 소비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식품 소비가 계층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예시입니다.


유기축산물의 섭취, 모두의 권리가 되려면

축산물 중 가장 까다롭고 최상위 개념의 인증을 받은 유기축산물은 현대 소비자들에게 주목받는 식품입니다. 유기축산물은 가축에게 유기농 사료만을 먹이고,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하며,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사육됩니다. 이러한 방식은 건강, 환경 보호, 동물복지 등 다양한 가치를 아우르며,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비싼 가격과 유통 접근성 때문에 일반 서민들에게는 쉽게 닿기 어려운 ‘프리미엄 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이 고가에 유통되며 일부 유통망에만 국한되어 있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유기축산물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수단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세 가지 방향

① 공공 급식 시스템에서 유기축산물 비중 확대

유기농 채소 중심의 친환경 급식은 일부 지자체에서 도입되고 있지만, 유기축산물까지 포괄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지자체 단위로 유기축산물 생산 농가와 직거래 체계를 구축하거나, 공공 조달 기준에 친환경 축산물 우선 구매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제도적 장벽을 줄일 수 있습니다.

 

② 소비자 대상의 직접 지원 확대 –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 사례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임산부에게 1인당 48만 원 상당의 친환경농산물 꾸러미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이 꾸러미에는 유기농 채소뿐 아니라 유정란, 무항생제 닭고기 등 축산물도 포함되며, 영양 취약 계층인 임산부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상별 맞춤형 바우처 정책을 확대하면 유기축산물의 소비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③ 소규모 친환경 축산농가에 대한 지속 가능한 기반 마련

유기축산물 소비를 확대하려면 생산 기반도 동시에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사료비 지원, 인증 비용 보조, 유통망 연계 플랫폼 구축 등 실질적 도움이 가능한 정책이 더욱 활성화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치품이 아닌 생필품으로

건강, 환경 보호, 동물복지 등 다양한 가치가 담긴 유기축산물은 특정 계층의 사치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유기축산물은 모든 국민의 일상 속에서 소비되어야 할 공공재입니다. 급식 현장, 지역 사회복지시설, 의료기관 등에서 유기축산물을 접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고, 정책은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양극화된 식품 소비 시대에 유기농이 사치가 아닌 기본이 되는 사회를 고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