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우유로 만든 섬유, 혁신과 과제 사이

매년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양의 유제품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짧은 특성 때문에 우유는 특히 폐기 비율이 높은 식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버려지는 우유’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바로 의류 소재입니다.

환경 부담이 큰 패션 산업의 대안을 찾는 흐름 속에서, 우유를 활용한 새로운 소재 개발은 실제로 산업적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상한 우유, 실이 되다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기반으로 한 두에디라떼는 지역 농가에서 수거한 유통기한 지난 우유를 활용해 섬유를 생산합니다. 디자이너 안토넬라 벨리나(Antonella Bellina)는 냉장고 속 상한 우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유 단백질을 실크처럼 부드러운 섬유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제조 과정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우선 우유를 가열한 뒤 구연산을 넣어 단백질과 유청을 분리하고, 이 중 카제인 단백질을 추출·건조해 분말로 만듭니다. 이후 이를 섬유 형태로 방사해 실로 만들고, 최종적으로 원단으로 직조합니다.

완성된 제품은 부드러운 촉감은 물론, 우유 특유의 냄새도 남지 않습니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우유도 많지 않아, 폐기물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다고 합니다.

dab9f61864450.jpegⓒDuedilatte

 

기술로 확장되는 ‘우유 섬유’

미국 LA 기반 스타트업 '미 테로(Mi Terro)'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접근을 보여줬습니다. 자체 개발한 바이오기술을 통해 상한 우유에서 단백질을 추출하고, 이를 기능성 섬유로 재설계합니다.

미 테로의 공정은 발효를 통해 지방과 수분을 제거한 뒤, ‘단백질 활성화(Protein Activation)’ 기술로 카제인을 정제하는 방식입니다. 이후 이를 섬유로 만들어 원단으로 생산합니다. 이 과정은 기존 면 티셔츠 대비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개발한 ‘우유 티셔츠’는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기능성까지 갖췄습니다. 항균성, 통기성, 탈취 기능 등 의류 소재로서의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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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섬유로 만든 티셔츠 ⓒMi Terro


우유 섬유의 또 다른 진화

또 다른 사례로는 독일의 바이오 소재 기업 '큐밀크(QMilk)'가 있습니다. 미생물학자이자 디자이너인 안케 도마스케(Anke Domaske)는 식품으로 사용할 수 없는 우유에서 카제인 단백질을 추출해 섬유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큐밀크는 비식용 우유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소재로, 화학 첨가물 없이 제조되며 열과 압력을 이용한 공정으로 다른 섬유와도 결합이 가능합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물과 에너지 사용이 적고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완성된 소재는 자연 분해가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항균성과 흡습성을 지녀 의류는 물론 자동차, 가구, 포장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b2e646b581c33.jpegⓒQmilk


‘버려지는 자원’에서 ‘순환 자원’으로

유엔 환경계획(UNEP) 등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폐수의 약 20%, 탄소 배출의 약 8~1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환경 부담 산업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유 섬유는 식품 폐기물 문제와 자원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술은 순환경제 관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기존에는 폐기되던 유제품이 원료로 다시 투입되며, 생산과 소비의 흐름이 ‘버림’이 아닌 ‘순환’으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은 충분, 남은 과제는 ‘가격 경쟁력’

하지만 이 분야는 경제성이라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 테로는 우유 섬유 기반 제품을 통해 시장 가능성을 보여주었음에도, 높은 생산 단가와 가격 경쟁력 문제로 현재는 생분해성 포장 소재 개발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큐밀크 역시 우유 섬유의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현재는 코스메틱 등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시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유 섬유를 포함한 바이오 기반 소재 전반이 마주한 공통 과제입니다. 친환경성과 기능성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고, 기존 소재와 경쟁 가능한 비용 구조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유 섬유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의 효율화와 비용 절감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며,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과 적용 분야의 다변화 또한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질 때 비로소 우유 섬유는 ‘가능성’을 넘어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