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고기 맛있게 먹는 법? 다양하게, 낭비 없이

“고기 좀 먹자”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우리 식탁에는 언제나 고기가 오릅니다.

맛 좋은 부위의 고기를 요리하는 법이나 더 맛있게 먹는 법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지만, 주로 소비하는 부위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사실 특정 부위를 자주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식습관이나 개인의 취향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소비 선택은 축산물의 생산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돼지고기, ‘삼겹살’에 쏠린 선호도

2024년 기준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30.0kg으로, 닭고기(15.2kg)나 소고기(14.9kg)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아 돼지고기가 우리 식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육류임을 보여줍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5’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로, 전체 응답자의 60.0%가 가장 좋아하는 부위로 꼽았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목심(24.5%), 갈비(7.8%), 앞다리·뒷다릿살(4.4%) 순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기 부위인 삼겹살은 돼지 한 마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15%에 불과한데요. 소비가 특정 부위에 몰리면서 국내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수입산 삼겹살 소비가 늘고 있으며, 나머지 비인기 부위는 소비가 저조해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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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등심과 갈비만 찾는 소비 패턴

소고기 소비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납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한우 소비는 주로 등심·채끝·갈비 등 ‘마블링이 많은’ 부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한우 한 마리에서 이들 부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습니다.

반면, 앞다리, 사태, 양지, 설도 등 비교적 덜 선호되는 부위는 전체 고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국내에서는 소비가 저조하여 일부는 가공품이나 수출용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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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 몰린 소비, 축산의 균형을 깨뜨린다

축산물은 특정 부위만 따로 생산할 수 없습니다. 한 마리의 가축 전체를 하나의 자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삼겹살이든 등심이든 결국 제한된 양만 존재합니다. 소비가 일부 부위에만 집중되면, 이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가축을 사육해야 하고, 나머지 부위는 소비되지 않아 낭비되거나 가격을 낮춰 판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곱창이나 족발 같은 다양한 부위를 즐기는 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긴 하지만, 일상적인 고기 소비에서는 특정 부위 선호가 여전히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팔리지 않는 고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료·물·토지·에너지 등 축산 자원의 활용도를 떨어뜨려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식량 자원 불균형이라는 더 큰 환경·경제적 문제를 초래합니다.

또한 인기 부위를 더 많이 얻기 위해 사육 방식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삼겹살 부위의 지방층을 더 두껍게 만들기 위해 돼지에게 더 많은 사료를 급여하거나 소고기의 마블링 형성을 위해 운동량을 제한하는 등의 살 찌우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는 동물의 신체 균형과 건강에 부담을 주며, 결국 관절 질환, 호흡기 문제, 과도한 체중에 따른 스트레스 등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 먹을수록 줄어드는 온실가스

일부 국가에서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코에서 꼬리까지(nose-to-tail)’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고기 소비 시 한 마리 동물에서 나오는 모든 부위를 가능한 한 고르게 낭비 없이 소비하자는 식문화로, 자원순환과 생명 존중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국 WWF(세계자연기금)는 ‘nose-to-tail’을 주요한 저탄소 식습관으로 권장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다양한 부위를 고르게 소비하면 한 마리당 소비 효율이 높아지고, 더 적은 수의 동물로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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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저명한 셰프 퍼거스 헨더슨(Fergus Henderson)은 저서 ‘Nose To Tail Eating’을 통해 동물의 모든 부위를 사용해 맛있게 만드는 영국 요리를 소개했다

 

국제 연구들도 이 접근법의 효과를 뒷받침합니다. 환경과학기술 저널(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실린 독일 육류 공급망 연구에 따르면, 소갈비나 돼지갈비 대신 내장, 족발 등 비선호 부위를 소비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내장의 절반만이라도 더 많이 소비된다면, 배출량은 약 14% 줄어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식탁 위의 선택

소비자가 어떤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먹는가에 따라 축산의 구조도 바뀔 수 있습니다. 삼겹살 대신 앞다리살이나 항정살을 선택해 보세요. 소고기 국거리용 부위(사태, 양지, 설도)를 활용한 요리를 늘려 보세요.

비선호 부위를 활용한 밀키트, 도시락, 외식 메뉴를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건강한 축산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선호 부위를 골라 먹는 것은 편리합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며 고기 선택의 폭을 더 늘려보는 것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