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가들]옛 물건들로 가득한 정원같은 친환경 목장, 철원 대암목장



처음 어딘가에 도착했을 때 ‘이 곳은 다른 세상인가!’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철원의 대암목장이 바로 그런 곳이다. 누군가 첫인상을 결정하는 건 외모지만, 마지막 인상을 기억하게 하는 건 냄새라고 했던가. 비가 추적추적하게 내리는 10월 어느 가을날 방문한 철원의 대암목장은 여느 동양식 정원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비주얼에 습기 가득한 날에도 여느 축산농장같지 않게 분뇨냄새를 대신한 숲의 냄새가 가득한 그런 목장이었다. 목장 한가운데 자리한 연못 옆쪽으로 쭉 늘어서있는 밤나무에서 떨어진 뜨끈뜨끈하게 쪄낸 알밤을 하나하나 까먹으며 대암목장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었다.

 


서울우유 유기농우유, 우리 목장에서 나옵니다

이성훈·라매화 부부는 철원, 그 중에서도 동네 깊은 곳까지 들어서야 있는 갈말읍에 1993년, 대암목장을 세웠다. 1994년 첫 납유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서울우유의 조합농장으로 꾸준히 납유하고 있는 대암목장은 서울우유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유기농우유 제품을 위해 원유를 생산하는 유기축산물 인증농장이다.
서울우유에서 대암목장의 입지는 꽤 남다르다. 오랜 세월동안 깨끗하고 환경친화적인 농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 우유자조금의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의 우수목장이 된지는 이미 오래고, 남다른 농장 경관과 축산냄새 없는 농장환경 조성 덕분에 음악회도 열릴 정도다.

“농장을 열고 얼마 안 돼 96년 수해와 97년 IMF를 겪으면서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해낼 수 있는 농장을 만드는 동시에 우리 농장도 주변에 무엇이든 내어줄 수 있는 농장이 되자고 생각했습니다.”

이성훈·라매화 부부는 그 때부터 농장을 누구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도록 운영하는데 매진했다. 실제 이런 많은 노력들을 익히 알고있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유기 낙농사업을 계획할 당시부터 당연히 대암목장에서 나서줄 것이라고 기대했을 정도다. 실제 대암목장은 강원도 철원 지역의 유기 낙농목장으로 선두에 섰고, 다른 4개 농장까지 규합해 서울우유의 유기농우유를 생산하는 유기축산물 인증농장이 됐다.

 

대암목장의 이성훈·라매화 대표 



풀사료 생산도 직접…자연순환을 이뤄갑니다

대암목장은 친환경축산의 실천을 위해 2만여평의 조사료포를 확보해 유기농 풀사료를 직접 생산한다.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은 목장의 소들이 만들어내는 분뇨는 퇴비사를 통해 6개월간의 부숙을 거쳐 농장의 조사료포에서 유기농 풀사료를 생산하는데 쓰이고, 이렇게 생산된 유기농 풀사료는 목장의 소들이 먹고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게 된다. 목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순환농법이 실천되는 것.

“수입사료에 의존하는 국내 축산의 특성 상 사료값은 환율이나 국제정세에 따라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고, 이에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기 위해 자연순환을 통한 사료자급 비중은 늘리고 사육두수는 줄여 친환경적인 농장을 만들기로 했어요.”

이성훈·라매화 부부의 예상은 적중했다. 자연순환농법을 활용한 풀사료의 자가생산은 이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빛을 발했다. 실제 목장 면적에 비해 사육마릿수가 100마리도 안 되는 대암목장은 5만평에 다다르는 조사료포를 운영한다. 방목장과 유기농 자가 조사료는 대암목장 젖소들의 건강비결이기도 하다.

 


“목장은 아름답다”는 고정관념이 생길만큼 노력해야죠

대암목장은 친환경축산과도 인연이 깊다. 친환경축산이라는 이름이 있기도 훨씬 전부터 대암목장의 이성훈·라매화 대표는 축산농장이 더 이상 냄새나고 지역민원의 원흉이 되는 공간이 아닌 아름답고 환경친화적인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알려왔다. 대암목장은 예전부터 스스로도 갖은 나무와 조경식물들로 아름다운 농장을 만드려고 노력해왔고, 그런 노력을 다른 농장에도 확대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2006년 만들어진 ‘아름다운 농장 만들기 모임’의 창립총회가 개최된 장소기도 하다. 실제 주변의 많은 축산농장들이 농장을 가꾸려고 할 때 꽃과 나무를 나눠주기를 자처하기도 했다.

“축산농장은 늘 더럽고 냄새난다는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농장을 아름답게 잘 운영해서 축산농장이 아름답다는 고정관념이 생기면 참 좋겠어요”

이런 이성훈·라매화 대표의 말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더 아름다워지고 있는 대암목장은 농장 중앙에 자리한 연못과 곳곳의 석탑·돌상,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는 조경식물들로 초록빛으로 가득한 어느 동양식 정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이러한 농장 경관 또한 미적인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목장 내 축사와 착유실에서 발생되는 하수를 단순방류하는 것이 아닌 지하에 매설되어 있는 토관과 간이정화조를 거쳐 돌미나리, 수련, 부레옥잠 등의 수상식물을 키우는 연못으로 이동, 친환경적으로 정화처리에 활용된다. 정원이 정화처리시설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게 되는 것. 자연순환이 우유 생산과정 뿐 아니라 농장 경관조성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아름다운 축산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관, 승마, 민속공예품까지…모두 즐길 수 있는 목장 될 것

이러한 아름다운 경관만 즐길 수 있는 대암목장은 단순히 그 경관만 즐길 수 있는 농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들내외가 함께 운영하는 승용마 사업인 ‘대암홀스랜드’라는 농장 내 승마센터에서 승마를 즐길 수도 있고, 칠면조, 공작 등 다양한 조류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미 대암홀스랜드는 강원도민 체전의 승마경기장으로 이용되고 있고, 지자체 내의 초등학생들의 승마체험도 꾸준히 진행되는 철원 대표 승마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이승훈·라매화 대표의 공동취미인 골동품 수집을 집대성한 민속공예 전시장도 준비 중에 있다. 오랜 세월 키워온 식물들과 모아온 옛 물건들로 가득한 대암목장이 만들어 낼 새로운 친환경축산농장의 모습이 기대된다.

대암목장에서 운영 중인 ‘대암홀스랜드’ 승마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