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친환경 동물복지축산의 미래, 방목생태축산에 있습니다

┃정종성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초지사료과 농업연구사

 

푸른 초지를 편안하게 거닐며 자라는 농장동물들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축산’의 모습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축산은 사실 ‘방목생태축산’의 모습입니다. 축산업계의 대부분의 가축들은 넓지 않은 축사에서 평생을 살아가기 때문이죠.

친환경과 동물복지를 토대로 관광, 체험 등을 접목한 6차 산업형 축산을 추구하는 새로운 축산모델인 ‘산지생태축산’은 초지 조성에 대한 지목 및 규모를 일부 완화하면서 올해부터 ‘방목생태축산’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통해 지정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방목생태축산’은 방목을 위해 조성된 초지와 풀사료 자급 등을 통해 환경과 사람, 가축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축산을 실천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목생태축산 지정농장을 만들어가는데 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지정농장을 평가 및 지도하는 방목생태축산 지정사업 평가위원들입니다. 현재 방목생태축산 지정사업의 평가위원, 그 중에서도 초지조성 파트에게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종성 연구사를 만나 방목생태축산에 대해 들었습니다.


‘방목생태축산’이란 어떤 개념인가요?

> 2014년부터 산지초지 활성화를 통한 동물복지형 친환경 축산기반 구축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사업으로 방목생태축산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방목생태축산을 처음 접하면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 뜻을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실겁니다. 방목생태축산은 초지를 기반으로 가축을 방목하여 기르는 축산 형태로 관광, 체험 등을 아우르는 6차 산업형 친환경 동물복지 축산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방목’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연순환이라는 개념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농장의 경관 조성과 관광 활성화 등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농가 소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입니다.

방목생태축산이 원래는 산지생태축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으로 아는데요. 방목생태축산이 산지생태축산이라는 이름에서 바뀐 것이 무엇 때문인가요?

> 그동안 ‘산지생태축산농장 조성사업’으로 운영되던 사업이 ‘방목생태축산농장 조성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 올해부터인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사실 운영상의 세부 항목과 기준이 달라지면서 명칭이 달라지긴 했지만, ‘방목생태축산’이 가진 컨셉은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

산지생태축산이 방목생태축산이라고 변경됐고, 이 명칭 변경이 이뤄진 것은 산지를 중심으로 한 초지 조성과 방목이 다른 지목까지로 확대되고 방목지의 면적이 일부 완화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국토의 60% 이상이 산지인 국내 상황 상 산지를 활용하여 초지를 조성해 방목을 진행하자는 파트가 강조됐기 때문인데, 초지 조성과 방목은 산지 외의 지목에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그 부분이 일부 완화됐습니다. 물론 임간방목이나 산지의 전용이 법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조금 반영된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결국 이름이 방목생태축산이건 산지생태축산이건 결국 초지조성과 방목을 통해 친환경·동물복지 축산이 실천되어야 한다는 점은 그대로입니다.


방목생태축산이 왜 필요한가요? 그 중요성을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공익적 측면에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가요?

>우선 경제적 측면을 살펴보면,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산지의 일부를 초지로 개발하여 축산물 생산비를 낮추고 친환경 축산물을 생산하여 농가의 소득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2017년 국립축산과학원 연구결과에 의하면, 염소를 축사에서 건초와 사료만 먹여 키우지 않고 산지초지에서 염소를 방목해서 키울 경우, 사료비용은 64%까지 줄일 수 있었고, 번식률도 32% 향상됐습니다. 초지를 통하여 양질의 풀사료를 생산하여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배합사료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이 핵심이었죠.

환경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가축 분뇨가 초지로 다시 돌아가 목초가 자라는데 양분을 제공하고, 그 목초를 다시 가축이 뜯어먹는 자원순환농업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친환경 축산물을 제공하는 한편, 농장에 방문하는 방문객이나 지역주민들에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경관 등을 제공해 심미적 안정감도 제공할 수 있죠. 이 밖에도 방목생태축산은 생물태계 다양성 보전 기능, 산불 방지(방화대) 기능, 토양 침식 방지 기능, 탄소 흡수원 등 공공의 이익이 되는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하여 초지면적 확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초지를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초지는 탄소 저장・흡수원으로서 산림지와 함께 전 지구적 탄소순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태계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탄소의 저장 잠재력을 가진 흡수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FAO 보고에 의하면 초지의 연간 탄소흡수량은 유럽기준 4.5~40g C/㎡(C sink)의 범위라고 봅니다. 이러한 초지의 탄소흡수량은 초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와 기후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실제 다른 식물보다 콩과 식물을 이용해 초지를 경작하면 탄소흡수량이 39%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 말은 결국 생산성이 낮은 부실한 초지는 잘 관리된 초지에 비해서 탄소격리 능력이 30% 이상 떨어지게 된다는 거겠죠.

따라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하여 초지면적 확대와 함께 기존 초지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제가 일하는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초지 토양의 유기탄소 국가 고유 계수 개발과 함께 초지 관리 형태에 따른 탄소 저장능력 평가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토양과 기후환경 특성을 반영한 정확한 값을 산정하면 선진국 수준의 인벤토리 산정이 가능하게 됩니다.

 

국내에도 초지가 많은가요? 국내 초지의 탄소 흡수량은 어느 정도 될까요?

>국내 초지 면적은 현재 3만2천헥타르정도입니다. 이를 평으로 환산하면 96,800,000평 정도로 볼 수 있겠네요. 2018년 기준 탄소 흡수량은 1만7천톤 CO2eq.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지 면적은 미흡한 초지 관리와 생산성 위주의 축산 경영으로 인해 1990년대 9만 헥타르에서 현재 3만2천 헥타르로 감소하는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실정입니다.

1) CO2eq.:(CO2환산량) :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1995년 발표한 제2차 평가보고서의 지구온난화지수에 따라, 주요 직접온실가스 배출량을 CO2로 환산한 단위(환경부)


매년 초지면적이 줄고 있다고 하셨는데, 초지 확대를 위해서는 초지를 조성, 관리하는 방목생태축산이 활성화되는 것이 필요하겠네요. 이를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요?

>방목생태축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단편적인 기술 개발이 아닌 기술적, 제도적, 경제적 문제점들을 모두 고려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기술적으로 토양개량, 시비관리, 잡초관리, 방목관리 등 각각의 개별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내환경에 적합한 산지초지 운영・이용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초지 중에서도 산지를 기반으로 하는 초지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다양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동시에 방목생태축산의 차별성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특화된 인증제도와 유통 체계를 마련도 장기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국내 기후에 잘 적응하는 목초 신품종을 개발해 초지의 생산성과 이용 연한을 향상시키고, 국내 초지환경에 적합한 운영과 이용 기술을 개발하여 보급 중에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방목생태축산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여 농가별 맞춤 컨설팅을 통한 기술지원과 수익창출을 위한 사업모델 발굴 등에 힘쓰고 있구요. 방목생태축산은 국내 조사료 생산기반 확대를 통하여 수입사료 의존도을 낮추고, 기존 축산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동물복지형, 자원순환형 미래 축산의 핵심이라 할 수 있죠. 환경과 사람, 가축 모두를 위한 축산이 가능합니다. 방목생태축산에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넓게 펼쳐진 초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