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글로벌 농촌 사회는 ‘바이오에너지’로 진화 중

축산업의 대량화와 산업화로 함께 늘어난 가축 분뇨로 농촌 사회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처치 곤란한 많은 양의 가축 분뇨는 누적·유출되며 악취와 환경오염 문제 등 지구와 사람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데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가축 분뇨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소개해드릴 곳들은 가축 분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이를 활용해 에너지화와 경제적 이익 등 부가가치까지 창출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꾼 농촌 사회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들 마을은 가축 분뇨 등을 활용한 바이오에너지뿐만 아니라 풍력과 태양열 등 더 넓은 범위의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이를 활용한 관광 산업까지 활성화하는 등 미래 농촌 사회의 새로운 지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똥이 돈이 되는 에너지 자립 마을, 독일 ‘슐뢰벤’

독일 튀링겐주의 슐뢰벤. 인구 1,000여 명의 아주 작은 마을인 이곳이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이를 통해 연간 100만 유로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비결은 바로 ‘소똥’입니다.

슐뢰벤에서는 목초와 옥수수, 소의 분뇨를 1:1 비율로 섞어 바이오가스를 만드는데,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열병합 발전소로 옮겨져 열과 전기를 생산합니다. 전기는 마을의 가구가 1년간 사용할 만큼 생산되지만 열은 마을 수요를 모두 소화하진 못하는데요. 이를 대비해 슐뢰벤에서는 우드칩 보일러를 보조 전원으로 가동하며 에너지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에도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연간 2000톤 가량 줄이고 있죠.

바이오가스 생산 시설은 기피 시설로 인식되기 때문에 보통 마을에 설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슐뢰벤의 경우 주민들이 먼저 바이오에너지 마을 조성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는데요. 협동조합 설립과 바이오가스 설비 도입을 주민들이 결정한 이후 실제 바이오가스 시설 준공까지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에너지 자립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가 반영돼 지금과 같은 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된 것이죠.

슐뢰벤의 바이오가스 설비 도입은 결과적으로 가축 분뇨는 물론 환경과 경제성, 에너지까지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됐습니다. 현재도 슐뢰벤은 지속가능한 농촌 사회의 모범 사례로 많은 롤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zukunftskommunen




지역의 모든 것을 자원으로 활용한 오스트리아 ‘귀싱’

오스트리아의 귀싱은 1990년대 초까지 옥수수와 목재, 해바라기씨유 등을 생산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가난한 마을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 번갈아 편입되며 소외된 국경 지역으로, 주민 70%가 타지의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며 고령화와 지역 소멸 위기까지 닥쳤던 곳이죠.

귀싱은 에너지 100%를 외부의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매년 들어가는 연료비를 충당하는데 점차 어려움이 닥쳤고 이에 에너지 자립을 위한 자체적인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귀싱은 지역이 가진 자연환경과 풍부한 산림자원 등에 주목하고 재생에너지에 눈을 돌렸습니다.

귀싱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2011년 오스트리아 정부와 에너지업체가 공동 투자해 설립했습니다. 귀싱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에너지원은 바로 가축 분뇨 그리고 나무 등 농업 부산물과 산림자원인데요. 이를 연료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며 현재는 자원을 이용해 에너지를 100% 자립하는 에너지 자립 마을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또한 목재의 경우 환경과 후손들을 위해 서서히 양을 줄이는 등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이외에도 귀싱은 무더운 지역 기후의 특성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기, 태양열 온수기 등을 설치를 늘렸으며, 주민이 직접 투자한 태양광 발전소로 매년 투자금 대비 3%의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유채꽃과 폐식용유를 이용하는 바이오디젤 시설물까지 가동 중이라니, 귀싱에서는 자원으로 활용되지 않는 것이 없는 듯 보입니다.

귀싱 바이오매스 발전소 ⓒEEE Europäisches Zentrum für Erneuerbare Energie 



 

평범한 목장 마을이 재생에너지 관광 명소로… 일본 ‘구즈마키’

일본 이와테 현 중부에 위치한 고원도시 ‘구즈마키’는 면적 80% 이상이 산림인 목장 마을로 우유와 산머루 와인이 유명합니다. 젖소가 사람 수보다 많은 곳이지만, 현재 구즈마키는 일본 전역에서 연간 50만 명이나 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유명 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기존 넓은 목장에 세워진 거대한 풍차들 덕분이죠.

구즈마키의 나카무라 데쓰오 전 마을 촌장은 지역의 주요 산업인 낙농업을 활성화하고 전국 각지의 송아지들을 대리 사육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풍차를 건설했습니다. 현재 구즈마키에서 가장 활발한 재생에너지는 풍력발전입니다.

낙농업이 발달한 지역인 만큼, 바이오에너지 생산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구즈마키는 목질 바이오매스 가스화 발전설비와 함께, 구즈마키 축산개발공사가 주체가 된 축분 바이오매스 시스템도 갖춰 전기와 열, 그리고 양질의 비료를 생산해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에 발달한 낙농업과 와인 산업을 재생에너지와 함께 융화해 지역민과 관광객 그리고 환경까지 모두 상생하는 생태 관광의 중심지로 더욱 거듭나고 있습니다.

ⓒelminium




바이오가스로 ‘RE100’을 위해 한 걸음! 홍성 ‘원천마을’

우리나라에도 가축의 분뇨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농촌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량 채우는 이른바 RE100 실천을 위해 힘쓰는 곳이 있습니다. 충남 홍성에 위치한 원천마을입니다.

원천마을은 2018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바이오가스 플랜트 설비에 착수해 2020년 ‘원천에너지전환센터’를 완공했습니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활용해 에너지화하는 시설로, 하루 110톤의 분뇨를 처리해 시간당 430kW의 전기를 생산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효 처리돼 냄새를 없앤 잔여물은 퇴비로 활용할 수 있어 농가에 다시 환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원천마을에서는 홍성과 예산, 보령 등 여러 농장의 가축 분뇨를 사용해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가동 중입니다. 생산된 전기는 한국전력공사를 통해 전국으로 이동하고 친환경 액비와 분뇨는 홍성과 서산 등 근방을 기점 삼아 무상으로 제공 중입니다.

ⓒ원천에너지전환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