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소똥이 움직이는 세상

 소똥은 우리에게 늘 소중한 자원이었습니다. 땔감으로 사용해 불을 지피는 몽골 유목민들, 집을 짓는 건축자재로 활용하는 케냐 마사이족, 퇴비로 사용해 농사를 짓는 조선 시대 농민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는 소똥을 자원으로 활용했습니다. 이후 현대 과학기술과 만난 소똥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다양한 모습의 자원으로 진화하며, 오늘날 그 잠재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한 친환경 연료로써 소똥의 다양한 활용이 기대됩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친환경 운송수단의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소똥에 자동차와 선박, 심지어 로켓까지 움직일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오늘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는 소똥 연료의 활약상을 소개합니다.


소의 나라 인도에서는 소똥으로 차가 움직인다

 지난해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소똥을 에너지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이 소개됐습니다. 소똥을 연료로 자동차가 굴러가게 한다는 아이디어가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는 있지만, 사실 이는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자동차 제조업체 ‘스즈키(Suzuki Motor)’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3억 마리의 소를 사육하고 있는 인도에서 소똥을 원료로 생산한 압축천연가스(CNG) 자동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계획을 토대로 아시아 최대 유업체인 인도의 ‘바나스 유업체’와 함께 협력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바나스는 농가의 소똥을 수거해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Suzuki Motor Corporation

 

 스즈키는 현재 인도 내 최대 자동차 판매업체임은 물론 인도에서 판매하고 있는 CNG 자동차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전기차의 경우 구동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생산할 때 화석 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똥을 활용한 CNG 자동차는 전기차보다 오히려 더욱 환경친화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스즈키는 본사가 있는 일본 내 관련 대학 연구진 및 스타트업 등과도 협력을 강화할 예정으로,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향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일본 등까지 확장해나갈 예정입니다.


트랙터도 소똥으로 움직인다

 영국에서도 소똥을 연료로 하는 농업용 차량이 개발됐습니다. 영국의 청정 에너지 솔루션 회사인 ‘베나만(Bennamann)’사는 유럽의 농기구 개발업체 ‘CNH 인더스트리얼(CNH Industrial)’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소똥으로 굴러가는 트랙터 ‘T7’을 개발했습니다. 소 100마리 분의 거름이 바이오메탄 저장 장치에 모이면 작동하는 원리로, 메탄가스가 저장 장치 내부에서 연료로 바뀌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데요. 실제로 2022년 베나만이 실시한 파일럿 연구에 의하면 T7 프로토타입 트랙터는 성능 저하없이 탄소 배출량을 2,500톤에서 500톤으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New Holland Agriculture’ Youtube 채널


탄소 배출량 줄인 선박, 소똥으로 한 번 더 줄였다

 선박에서도 소똥 연료가 사용됩니다. 일본의 ‘미쓰이 O.S.K. 라인(Mitsui O.S.K. Lines)’은 지난해 최초로 LNG 연료 선박에 농가에서 수거한 소똥으로 만든 액화 바이오메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시험 운항에 사용된 선박은 LNG 엔진을 장착한 선박으로, 기존 선박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5% 정도 적게 배출됩니다. LNG는 기존 중유와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일 수 있지만, 연소되지 않은 메탄이 대기 중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약간의 문제가 있는데요. 이번 시험 운항에서는 천연자원에서 추출하지 않고 소똥에서 유래한 액화 바이오메탄을 연료로 사용해, 실제로 기존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MOL(Mitsui O.S.K. Lines)


육지와 바다를 접수한 소똥, 다음은 목표는 우주

 한편 육지와 바다를 접수한 소똥 연료는 하늘까지 뻗어나갈 예정입니다. 일본의 우주개발 스타트업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스’는 소똥에서 추출한 바이오 메탄 가스를 연료로 사용한 로켓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일명 ‘제로’라고 불리는 이 로켓은 액체 바이오 메탄을 활용한 저궤도용 로켓입니다. 그리고 실험에 사용된 액체 바이오 메탄은 홋카이도의 농장에서 받아온 소똥을 활용했는데, 두 농장 중 한 곳은 매일 40t 이상의 소똥을 배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로 로켓은 2025년 발사될 예정인데요. 길이는 32m, 지름은 2.3m로 약 800kg의 물체를 지구 저궤도까지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로’ 로켓 ⓒInterstellar Technolog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