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환경 문제를 꼽으라면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한 해 동안 10억 5,000만 톤의 음식이 버려졌는데요. 이를 비용으로 따지면 무려 1조 달러에 달해 경제적 손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약 10%에 달하는 배출량이 식품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의 조성을 위해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은 물론 영양 가득한 가축의 먹이, 친환경 퇴비, 그리고 심지어는 바이오 플라스틱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어 ‘지구 지킴이’라는 별명을 지닌 생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이름부터 생소한 ‘동애등에’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해결사, ‘동애등에’
동애등에는 파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음식물과 같은 유기물을 섭취하고 분해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흔히 파리라고 하면 성가신 해충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동애등에는 오히려 익충에 가깝습니다. 서식처에는 집파리의 발생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고도 합니다.
동애등에 성충 ⓒ국립공원공단
동애등에 유충은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 등을 섭취·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동애등에 유충이 번데기가 되기 전인 15일 동안 섭취·분해하는 음식물 쓰레기 등의 유기성 폐기물질은 2~3g인데요. 적은 양처럼 보이지만 동애등에 암컷 성충 한 마리가 1,000개의 알을 낳는 것을 고려하면, 동애등에 한 쌍이 약 2~3kg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셈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7kg에 동애등에 유충 5,000마리를 투입하면 3~5일이 지나 음식물 쓰레기의 무게는 30%, 부피는 58% 정도 감소한다고 전해집니다.
동애등에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능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동애등에, 가축에게는 훌륭한 영양분이 돼요
동애등에는 가축에게 훌륭한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동애등에 번데기는 단백질 42%, 지방 35%의 성분으로 이뤄졌으며 이외에도 필수 아미노산 등의 유용 성분들을 지녀, 영양 가득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가축 사료 원료나 첨가물 등으로 가공돼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동애등에 유충에게서 얻을 수 있는 기름도 가축 사료로 활용 가능합니다. 지난 2019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돼지 사료에 첨가되는 대두유의 절반을 동애등에 유충의 기름으로 대체해 먹였고, 그 결과 일반 대두유를 먹였을 때와 동일한 사료 섭취량과 체중 증가량을 보였습니다. 2021년 닭을 대상으로 진행된 동일 실험에서도 산란율과 몸무게 증가율 등의 생산성이 거의 동일했습니다. 동애등에 유충 기름은 다른 동물성 지방과 달리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라우릭산을 20~30% 함유하고 있어 생산성 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죠. 이처럼 동애등에는 가축 사료로도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동애등에 유충 기름 ⓒ국립축산과학원
배설물은 퇴비가 되어 친환경 농가에서 활용해요
한편 동애등에 유충이 음식물을 먹고 배출한 분변토는 천연 농업용 퇴비가 되기도 합니다. 동애등에 퇴비는 염분이 1% 이하로 매우 낮으며 밀, 콩, 시금치, 상추, 파, 토마토 등 작물의 생육 촉진을 돕고,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토양 개량제로써도 효과가 좋습니다. 잎이 많은 식물의 성장을 위한 질소의 함량도 높으며, 토양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익한 토양 미생물도 가득해, 토양의 자생력을 해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실제 동애등에 분변토는 여러 친환경 농가에서 이미 시험 중으로, 생산성과 안정성까지 확보된 상태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동애등에, 이번엔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변신
동애등에의 놀라운 이야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 캐런 울리 교수팀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화학회 가을회의에서 동애등에 성충 사체에서 추출한 화학 물질로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었다고 밝혔는데요. 연구팀은 동애등에의 유충과 번데기는 많은 활용이 되지만, 성충은 번식기 후 버려진다는 점을 주목해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연구팀은 죽은 동애등에의 주요 성분이 갑각류와 곤충의 외골격을 이루는 키틴이라는 점을 확인했으며, 새우와 게 껍데기에서 키틴을 추출하는 기술을 동애등에 사체에 적용했습니다. 이후 정제된 키틴에서 아세틸기(acetyl group)를 떼어내고 키토산(chitosan)으로 전환한 후, 기능성 그룹을 붙이고 교차결합을 형성시켜 흡수력이 뛰어난 하이드로겔 형태의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어냈습니다.
울리 교수는 “동애등에 사체 물질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은 폐기하면 완전 분해되거나 소화되기에 현재와 같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며 “이는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개념과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애등에의 변신은 앞으로도 '쭉쭉'
이외에도 동애등에를 다양한 펫푸드에 활용하고, 유충의 배설물을 바이오차 원료로 개발하는 등 동애등에의 무궁무진한 능력에 대한 연구들은 끊임없이 진행 중입니다. 머지않아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같은 기본적인 동애등에 활용법은 물론, 지속가능한 농축산업과 순환경제에 이르기까지 동애등에의 영향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동애등에가 다음에는 또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우리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환경 문제를 꼽으라면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음식물 쓰레기 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한 해 동안 10억 5,000만 톤의 음식이 버려졌는데요. 이를 비용으로 따지면 무려 1조 달러에 달해 경제적 손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약 10%에 달하는 배출량이 식품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의 조성을 위해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은 물론 영양 가득한 가축의 먹이, 친환경 퇴비, 그리고 심지어는 바이오 플라스틱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어 ‘지구 지킴이’라는 별명을 지닌 생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이름부터 생소한 ‘동애등에’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해결사, ‘동애등에’
동애등에는 파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음식물과 같은 유기물을 섭취하고 분해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흔히 파리라고 하면 성가신 해충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동애등에는 오히려 익충에 가깝습니다. 서식처에는 집파리의 발생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고도 합니다.
동애등에 성충 ⓒ국립공원공단
동애등에 유충은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 등을 섭취·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동애등에 유충이 번데기가 되기 전인 15일 동안 섭취·분해하는 음식물 쓰레기 등의 유기성 폐기물질은 2~3g인데요. 적은 양처럼 보이지만 동애등에 암컷 성충 한 마리가 1,000개의 알을 낳는 것을 고려하면, 동애등에 한 쌍이 약 2~3kg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셈입니다. 음식물 쓰레기 7kg에 동애등에 유충 5,000마리를 투입하면 3~5일이 지나 음식물 쓰레기의 무게는 30%, 부피는 58% 정도 감소한다고 전해집니다.
동애등에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 능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동애등에, 가축에게는 훌륭한 영양분이 돼요
동애등에는 가축에게 훌륭한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동애등에 번데기는 단백질 42%, 지방 35%의 성분으로 이뤄졌으며 이외에도 필수 아미노산 등의 유용 성분들을 지녀, 영양 가득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가축 사료 원료나 첨가물 등으로 가공돼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동애등에 유충에게서 얻을 수 있는 기름도 가축 사료로 활용 가능합니다. 지난 2019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돼지 사료에 첨가되는 대두유의 절반을 동애등에 유충의 기름으로 대체해 먹였고, 그 결과 일반 대두유를 먹였을 때와 동일한 사료 섭취량과 체중 증가량을 보였습니다. 2021년 닭을 대상으로 진행된 동일 실험에서도 산란율과 몸무게 증가율 등의 생산성이 거의 동일했습니다. 동애등에 유충 기름은 다른 동물성 지방과 달리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라우릭산을 20~30% 함유하고 있어 생산성 유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죠. 이처럼 동애등에는 가축 사료로도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동애등에 유충 기름 ⓒ국립축산과학원
배설물은 퇴비가 되어 친환경 농가에서 활용해요
한편 동애등에 유충이 음식물을 먹고 배출한 분변토는 천연 농업용 퇴비가 되기도 합니다. 동애등에 퇴비는 염분이 1% 이하로 매우 낮으며 밀, 콩, 시금치, 상추, 파, 토마토 등 작물의 생육 촉진을 돕고,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토양 개량제로써도 효과가 좋습니다. 잎이 많은 식물의 성장을 위한 질소의 함량도 높으며, 토양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익한 토양 미생물도 가득해, 토양의 자생력을 해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실제 동애등에 분변토는 여러 친환경 농가에서 이미 시험 중으로, 생산성과 안정성까지 확보된 상태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동애등에, 이번엔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변신
동애등에의 놀라운 이야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 캐런 울리 교수팀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화학회 가을회의에서 동애등에 성충 사체에서 추출한 화학 물질로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었다고 밝혔는데요. 연구팀은 동애등에의 유충과 번데기는 많은 활용이 되지만, 성충은 번식기 후 버려진다는 점을 주목해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연구팀은 죽은 동애등에의 주요 성분이 갑각류와 곤충의 외골격을 이루는 키틴이라는 점을 확인했으며, 새우와 게 껍데기에서 키틴을 추출하는 기술을 동애등에 사체에 적용했습니다. 이후 정제된 키틴에서 아세틸기(acetyl group)를 떼어내고 키토산(chitosan)으로 전환한 후, 기능성 그룹을 붙이고 교차결합을 형성시켜 흡수력이 뛰어난 하이드로겔 형태의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어냈습니다.
울리 교수는 “동애등에 사체 물질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은 폐기하면 완전 분해되거나 소화되기에 현재와 같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며 “이는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개념과 일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애등에의 변신은 앞으로도 '쭉쭉'
이외에도 동애등에를 다양한 펫푸드에 활용하고, 유충의 배설물을 바이오차 원료로 개발하는 등 동애등에의 무궁무진한 능력에 대한 연구들은 끊임없이 진행 중입니다. 머지않아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같은 기본적인 동애등에 활용법은 물론, 지속가능한 농축산업과 순환경제에 이르기까지 동애등에의 영향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동애등에가 다음에는 또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