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소가 먹는 ‘이것’, 환경을 지켜요

소는 우리에게 영양 가득한 유제품과 고기를 제공해주는 고마운 농장 동물입니다. 그렇다면 소는 무엇을 먹고 살아갈까요? 우선 소가 먹는 사료는 단백질과 에너지 함량이 높은 농후사료, 그리고 볏짚과 목초 등으로 이뤄진 조사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이 둘을 적절하게 섞어 배합사료로 만들어 소에게 급이하며, 농장에 따라 직접 방목지에서 소가 풀을 뜯는 경우도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 소가 먹는 먹이를 바꿔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축산업 내에서도 특히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소고기 산업이기 때문에, 소의 먹이로 조금이나마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면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는데요. 오늘은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색다른 국내외 소 사료 관련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골칫거리 ‘칡덩굴’, 소 사료로 활용해 숲을 가꿔요

매년 기온 상승과 토양조건의 변화, 그리고 폐·휴경지가 늘어가며 산림 주변은 물론 도로 비탈면 등으로 칡덩굴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우리 산림 내 무성해진 칡 등의 각종 덩굴류는 조림목의 생장을 막아 숲 조성을 저해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은데요.

이러한 칡덩굴을 소의 조사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일찍이 지난 2021년 산림청과 전국한우협회가 ‘숲속 한우 농장 만들기’ 업무협약을 맺으며 시작됐습니다. 해당 업무협약의 주 내용에서 칡 등 산림 내 덩굴을 제거해 사료로 활용하는 것은 두 기관이 추진하는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추진됐습니다. 해당 사업으로 숲을 조성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음은 물론, 조사료 값의 급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우 농가들에게 경영비 부담까지 덜어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칡덩굴을 제거하기 위해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인위적 방식이 아닌, 소의 먹이로 활용하여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강원도 홍천군에서 열린 ‘칡덩굴 제거 부산물 조사료화 시범사업 행사’ ⓒ산림청


메탄가스 줄이는 친환경 우유, 비결은 ‘해조류’에 있다

해외 사례를 볼까요? 지난달 축산 강국 호주에서는 메탄가스 발생량을 줄인 ‘기후친화형 우유(Climate-Friendly Milk)’가 전 세계 최초로 시판됐습니다.

해당 우유를 생산하는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 기반의 유가공업체 ‘애쉬그로브(Ashgrove)’는 자체 보유한 목장 6곳에서 젖소들에게 홍조류(해조류 중 붉은 색을 띄는 종류) 사료를 급여했으며, 그 결과 메탄가스의 발생량을 기존 방식보다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25%에 달하는 메탄가스 발생량은 추후 30%까지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후친화형 우유 ⓒAshgrove


해당 사료는 태즈메이니아 동부에 본사를 둔 ‘씨포레스트(SeaForest)’라는 해조류 가공업체가 개발한 것으로, 씨포레스트는 자체 연구 결과 홍조류인 아스파라곱시스(바다고리풀)에 함유돼 있는 브로모포름이 소의 메탄가스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해조류 재배를 통해 해양을 정화하고 탈산성화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애쉬그로브의 기후친화형 우유는 태즈메이니아 전역의 ‘울워스(Woolworths)’나 ‘콜스(Coles)’ 등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이라고 합니다.

소들에게 먹이는 홍조류 사료 ⓒAshgrove


“소도 로컬푸드 먹어야죠” 조사료 자급을 위한 노력

한편 새로운 먹이를 도입하기보다는 국산화를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풀사료 종자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만큼 푸드마일이 길고 탄소발자국을 많이 남깁니다. 또한 전쟁 등의 세계 이슈에 따라 가격 변동과 공급 불확실성이 커, 자급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최근 농촌진흥청이 밀과 호밀을 교잡해 개발한 사료작물 ‘트리티케일’을 새만금 간척지에 대규모 재배하며 국내 조사료 보급률 증가에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올해는 54.5ha 면적에서 190톤을 생산할 계획인데, 우리나라 보급종 77%가 이곳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특히 트리티케일은 호밀과 청보리 등 겨울철 사료작물과 비교해도 영양학적으로도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농가 소득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농진청은 이번에 생산된 종자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통해 전국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출수기의 ‘트리티케일’ ⓒ농촌진흥청


수입 의존도 높은 ‘알팔파’, 종자부터 건초까지 국산화 기대

아울러 농촌진흥청은 젖소와 한우 농가에서 선호도가 큰 사료 작물인 ‘알팔파’의 자급률 확보에도 노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원래 알팔파는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은 국내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알파원’과 ‘알파킹’ 2품종을 개발했습니다.

여기에 사료 작물의 농가 보급을 원활하게 하고 건초 생산이 어려워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여건 극복을 위해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열풍건초 생산 시스템으로 말린 국내산 알팔파 건초의 사료가치는 조단백질이 23.57%, 총가소화양분이 64.35% 내외로, 최고 등급의 수입산 알팔파 건초(조단백질 17.38%, 총가소화양분 64.14% 내외)와 비교하더라도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달 21일에는 ‘알팔파 열풍건초 생산 연시회’를 개최해 국내에서의 알팔파 생산 못지않게 품질 좋은 건초를 농가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알파킹’과 ‘알파원’ ⓒ국립축산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