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풀먹소가 대세! 떠오르는 그래스페드!





풀만 먹여 키우는 그래스페드…소비자들이 주목한다

최근 곡물사료가 아닌 풀과 건초 등 목초만을 먹여 키우는 그래스페드(Grass-fed) 사육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식품업계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그래스페드 사육방식으로 생산된 호주산 소고기 및 뉴질랜드산 그래스페드 산양유를 사용한 초유 및 유청단백질 등의 건강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몇몇 분들은 구매도 하셨을겁니다. 하지만 국내산 그래스패드 제품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닐 겁니다.

한국은 토지면적이 좁고, 축산물의 생산비가 비교적 높습니다. 농장동물의 초지 방목은커녕 목초를 재배할 면적도 충분치 않죠. 결과적으로 그래스페드 방식으로 생산된 국내산 축산물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뿐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소고기 등급제는 마블링, 즉 지방함량을 기준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목초를 먹고 자란 소는 등급이 낮습니다. 곡물사료를 먹고 자란 일반 소와 비교해 지방함량이 적어 낮은 등급을 받게 되죠. 
1++등급 옆의 2등급 소고기, 선택할 것 같으신가요? 이런 이유로 그래스패드는 국내 축산업계에서는 그다지 인기있는 사육방식이 아닙니다.

하지만 늘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죠. 정부가 공식 지정한 방목생태 지정농장인 정읍의 다움농장도 그 중 하나입니다. 국립축산과학원과의 협업을 통해 그래스패드 한우를 생산하고, 이를 농식품부-친환경축산협회가 친환경축산 교육‧홍보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한 <유기농방목마켓>을 통해 판매합니다. 실제 이 같은 노력이 주목받아 여러 방송 및 기사 등 매스컴을 타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분명 국내에서 실천하기 어려운 사육방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육방식을 꾸준히 실천하고자 하는 농가들이 존재하고, 이들 농가가 최근 들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들 농가들이 왜 그래스페드 사육방식을 고집하고 실천해나가는지 그 이유를 살펴봅니다.

 


고소한 지방의 맛…곡물에서 나온다

소는 대표적인 반추가축으로, 풀을 먹고 살게 진화해왔습니다. 하지만 농장동물로서 키워지는 소들은 옥수수, 보리, 쌀겨 등과 같은 농후사료, 쉽게 말하면 곡물을 주로 먹고 자랍니다. 사실 문제는 거기에 있습니다.

소의 위는 반추위(제1위와 제2위), 제3위, 제4위 등 총 4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는 풀 사료를 섭취한 뒤 반추위에서 소화가 덜 된 사료를 되새김질하고 반추위 내 살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영양소를 분해하여 흡수 및 소화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채소를 먹으면 살이 안 찌죠.

일반적으로 축산업에서는 소의 체중을 늘리고 살을 찌워야 좋은 마블링 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풀사료보다 농후사료의 비율을 높게 급여하고 있죠. 하지만 과도하게 농후사료 위주로 사료를 섭취하는 소들의 경우 반추위 내 적정 pH(산성도)가 깨지게 되고, 이로 인해 미생물 활력이 낮아져 여러가지 대사성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우리 몸에 안 좋은 것처럼 말이죠.


한우의 주요 소화기관 ⓒ농촌진흥청



곡물사료 식단은 소들의 건강을 망친다

이런 곡물사료 위주의 식단이 가지고 오는 병이 많습니다. 농후사료를 많이 섭취하는 소들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대사성 질병으로는 과산증, 요석증, 고창증 등이 있습니다.

과산증은 농후사료를 많이 먹은 소에게서 발생합니다. 급성과 만성으로 나누는데, 급성 과산증의 경우 갑작스럽게 농후사료를 많이 먹었을 때 발생하고, 심한 탈수증상과 설사 등이 나타납니다. 만성 과산증은 지속적으로 농후사료를 많이 섭취하고 풀사료의 섭취가 부족할 때 발생하게 되는데, 소화기능 상실과 발굽의 혈액순환장애를 유발합니다.

요석증은 지나친 농후사료의 급여로 인해 소변 내 결석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혈뇨와 복통, 심한 복통과 식욕감퇴를 보이며, 심한 경우에는 방광 또는 요도가 파열될 수 있습니다.

고창증은 농후사료를 많이 먹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위 안에 가스가 가득 차서 배가 부풀어 오르는 병으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4~5시간 내에 질식과 혈액순환장애로 소가 죽기도 하는 무서운 질환이죠.

이런 질환 외에도 마블링 형성을 위해 일부 축산농가에서 행해지는 일 중에는 비타민 A의 제한도 있습니다. 일부러 비타민A를 먹이지 않음으로서 마블링을 늘릴 순 있지만, 소가 시각을 잃기도 하죠. 이것을 맹목증이라고 합니다. 시력을 잃고 번식장애와 뇨에 결석이 발생하는 등의 증상이 생기죠. 이 모두 마블링 형성을 위해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과산증에 의한 제1위 융모의 탈락 및 염증 / 요석증으로 인해 발생한 소의 요결석 ⓒ농촌진흥청 

고창증에 걸린 소의 왼쪽 배가 부풀어 오른 모습 ⓒ농촌진흥청



우리의 건강을 위해 소의 건강도 챙겨야한다

전세계적으로 육류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경제발전과 국민소득의 증가를 이뤄낸 대한민국 또한 예외는 아니죠. 늘어나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발맞춰 현대 축산업은 농장동물을 쉽게 살찌우기 좋은 농후사료를 급여하는 현재의 사양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소 위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고 소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풀사료 급여가 필수적입니다. 소는 풀 사료를 씹고 되새김하는 반추 활동을 통해 알칼리성인 타액을 분비하고, 이 타액에 함유되어있는 중탄산염에 의해 소 위 내의 산도가 적절하게 유지되면서 건강한 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소가 곡물사료 중심의 농후사료를 먹을 경우 섬유질이 충분하게 함유되어 있지 않고 사료입자가 작아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위의 적정 산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소가 위의 적정 산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위 내에 살고있는 미생물들이 죽거나 활동이 어렵게 되는데, 이는 위 내의 미생물을 통해 풀 사료의 섬유성분을 분해하고 흡수하는 소의 특성상 건강에 매우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앞에서 봤듯 말이죠.

 


소와 우리의 건강, 그래스페드로 회복한다

그래스페드 사육방식은 소의 건강은 물론 소고기를 섭취하는 사람의 건강에도 다양한 면에서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지목받고 있는 장점은 오메가-6와 오메가-3의 적정비율입니다. 삼성서울병원 임상연구팀에 따르면, 
체내 이상적인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은 4:1 정도인데, 이러한 균형을 깨고 오메가-6 지방산을 과잉 섭취하게 되면 염증을 유발하고 대사증후군이라 불리는 비만, 고혈압, 당뇨, 뇌졸중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풀만 먹고 자란 그래스페드 소고기의 경우 곡물사료를 먹고 자란 소고기보다 최대 6배가량 많은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곡물비육을 한 소는 오메가-6 지방산 비율이 높은 반면, 그래스페드 방식으로 자란 소들은 그렇지 않았죠.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이 이상적인 4:1을 이루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발표된 또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래스페드 사육방식으로 생산된 소고기의 경우 곡물사육 소고기에 비해 CLA(Conjugated Linoleum Acid, 공액리놀레산)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CLA는 항산화 효과가 있는 유익한 지방산으로, 심장병 및 제2형 당뇨병, 대장암, 유방암 등의 위험성을 낮춰주는 데 도움을 주죠.

건강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이 점차 많아지고, 먹거리 안전이 중시됨에 따라 그래스페드 사육방식으로 생산된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산자들 중에서도 소의 건강과 좋은 먹거리 생산을 위해 곡물사육 대신 그래스페드 사육방식을 선택하는 농장이 국내에서도 하나둘씩 생기고 있죠. 그래스페드가 축산업이 보다 가치지향적인 축산업으로 변화해나가는데 하나의 강한 흐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