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폭염의 계절, 가축들의 여름나기


뜨거운 태양빛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계절, 여름.

여기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면 옆 사람의 숨만 닿아도 소름이 끼칠 만큼 불쾌합니다.

여름은 사람에게도 힘든 만큼 가축들에게도 힘든,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계절입니다.

사람은 시원한 바다에 놀러가거나 에어컨 아래에서 수박을 먹는 등 제각기 방법으로 여름을 이겨내지만, 가축들은 스스로 이를 해결할 수 없죠. 또한 가축은 일반 동물보다 기초 대사율이 높은데, 이는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인간의 개량이 만들어낸 결과라고도 합니다.

가축들이 고온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수량은 증가하는 반면 사료 섭취량은 감소해 체내 대사 불균형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취약해질 수 있는데요. 심한 경우에는 폐사에 이르기도 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닭 10만 700마리, 돼지 2,000마리, 오리 5,000마리 등이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폐사했습니다.

이 같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방법들이 강구되고 있는데요. 특히 축종별로 특성이 다르기에,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도 서로 차이가 있습니다.




온도 변화가 심한 우사, 특히 신경써야…

소들이 생활하는 우사는 온도의 변화가 심한 편인데요. 지붕에 물을 뿌려주고 운동장이 있다면 차광막을 설치하여 우사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또한 안개분무와 송풍팬을 함께 활용하여 물의 기화열을 사용하면 축사 내부 온도를 낮추는데 효과적이죠. 지붕개폐식 우사의 경우에는 지붕을 열어 환기를 유도하고 바닥의 깔짚을 건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시원한 물과 사료를 주고 비타민, 미네랄을 보충 급여하며 소들이 소금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하죠. 날씨 변덕이 심한 계절인 만큼 호우에 대비해 축사 주변, 운동장, 초지와 사료포 등 배수로를 정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사 내 설치된 팬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는 젖소들

 
땀샘이 없는 돼지, 사료와 물 관리가 중요

돼지들이 생활하는 돈사도 우사와 마찬가지로 송풍기나 냉풍기, 안개분무 장치를 가동해 내부 온도를 유지합니다. 특히 가장 무더운 시간대에도 내부 온도를 28~3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요. 천장 아래 면에 단열재를 설치하고 지붕도 밝은 색으로 칠하면 내부 온도를 최대 3도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돼지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지방층이 두꺼워 몸의 열을 내보내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추위는 잘 견디지만 더위에 매우 취약한데요.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사료 먹는 양의 3배 정도 되는 물을 먹지만, 고온기에는 6배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축산 농가에서는 급수기 위치와 수압, 고장 여부 등도 매일 점검해야 합니다.

또한 돼지는 고온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포, 미생물 등 장내 환경이 변화하여 영양소를 소화하고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영양 수준을 조절해 먹이를 제공해야 합니다.

 

환기가 중요한 계사

닭은 몸 전체가 깃털로 덮여있고, 돼지처럼 땀샘이 발달되지 않아 역시 고온에 취약합니다. 고온 환경에서 닭들은 호흡이 빨라져 헐떡이며 날개를 펼쳐 시원한 물체에 몸을 닿게 해 체온을 조절하죠. 더불어 더운 날씨로 물 먹는 양 또한 증가하는데요. 이로 인해 닭들이 묽은 변을 배설해서 깔짚이 축축해지고, 암모니아 등 유해가스와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기에 신경써야 합니다. 이럴 때는 계사 내 환기팬과 터널식 환기, 쿨링 패드를 이용해 환기는 물론 온도까지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데요. 터널식 환기의 경우 계사 내부에 빠른 바람을 만들어 줘 공기가 흐르는 속도를 초당 2.5m로 유지해 닭의 체감 온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가축 본연의 생리에 맞게 여름나려면 사육환경 개선돼야…

가축들은 각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고온에 대처하는 방법도 각기 다르지만, 사육 환경이 가축들의 여름나기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전 축종에 이르러 공통된 사항입니다. 특히 사람도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신경이 곤두서고 스트레스 받듯이 가축들도 사육 밀도가 높을수록 더위에 더 취약해지고 이로인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또한 가축이 스스로 본연의 방법을 통해 체온 유지를 할 수 있으려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밀식 사육으로 길러지는 가축들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제약되기 때문에 그러기 쉽지 않습니다.

밀식사육으로 축사 내 밀도가 높아지면 가축들도 괴롭다

 

예컨대 닭은 모래 목욕을 통해 체온 유지는 물론 진드기 등의 벌레를 제거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돼지는 진흙 목욕을 통해 체온을 유지하며, 동시에 몸에 묻은 진흙이 말라 떨어져 진드기나 세균도 같이 떨어지게 해 청결까지 신경씁니다. 이처럼 가축들도 스스로의 생리에 맞게 나름의 방법을 갖고 있는 셈인데요. 물론 지나친 폭염에는 사람의 인공적인 도움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것이 좋지만, 가축이 기본적으로 본연의 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동물복지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겠죠.


진흙을 몸에 묻혀 체온을 조절하는 돼지

 

사육 환경과 시설에 대한 꼼꼼한 기준, 동물복지와 유기축산

실제로 전남의 한 산란계 농장은 닭들을 자연 방사해 사육하고 약 1만 3천㎡에 이르는 운동장을 확보해서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실천하고 있는데요. 농장에서는 넓은 방사장에 앉아 모래목욕을 하거나, 날개를 펄럭거리는 닭들을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기록적인 폭염 당시에도 다른 농장보다 폐사율이 현저히 낮았던 것도 닭들을 키우는 환경에 그 이유가 있죠.

이 같은 환경을 농장동물에게 제공하는 농장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농장동물의 축종별 습성을 고려해 사육시설과 면적에 대한 기준이 있는 인증을 찾으면 되겠죠.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인증은 동물복지축산 인증과 유기축산 인증이 있습니다. 이 두 인증을 받은 농장은 모두 가축들의 생활 면적이 확보되기 때문에, 가축들이 체온 유지에 있어서 본래 습성에 맞게 활동할 수 있는 비교적 좋은 조건이 제공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위에도 동물들에게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농장환경을 제공하는 유기축산물,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마크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