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A4용지 사육 '4번 달걀' 없어지려면…

2025년 9월부터 시행될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법안으로 인해 달걀 생산 및 소비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해당 내용이 원안대로 시행되면 앞으로 산란계의 최소 사육면적은 A4용지보다 작은 현재 0.05㎡(현행 4번 달걀 기준)에서 0.075㎡로 증가하게 됩니다.

케이지 사육의 전체 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닭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동물복지적 관점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러나 사육면적 확대로 인해 달걀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 또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합니다.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순조로운 진행은 ‘가격’이 관건

대한산란계협회가 애그리비즈니스 경영연구소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육면적 확대 정책으로 인해 달걀 생산량이 약 33~3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와 같은 생산량 감소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 결과, 달걀 가격은 각각 30%, 33%, 36% 감소 시나리오에서 26.1%, 28.8%, 31.4%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산액은 4547억 원에서 5456억 원 감소하고, 부가가치액도 528억 원에서 634억 원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또한 국립축산과학원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에서는 달걀 생산량이 14% 감소하는 경우 가격이 24% 상승하며, 33.3% 감소할 경우 가격이 무려 57% 급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우리 국민 대부분이 주로 소비하는 달걀은 현행 0.05㎡ 면적의 케이지 사육으로 생산된 4번 달걀이기 때문에,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직접적인 경제 부담은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안대로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법안이 시행되면 난각코드 끝자리가 4번인 달걀(0.05㎡ 케이지 사육)은 앞으로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실제로 가격은 달걀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로 나타났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소비자 달걀 구매 관련 빅데이터를 조사하고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내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달걀 구매 시 중요 고려 사항으로 가격(22.4%)을 제일 많이 꼽았습니다. 이번 케이지 사육면적 확대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동물복지 확대와 가장 연관성이 있는 품목인 동물복지 달걀을 구매하지 않는 가장 큰 요인 또한 ‘가격이 비싸서’(49.5%)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동물복지 달걀 소비에 관한 소비자 의견을 조사했을 때, 응답자들은 동물복지 달걀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사를 갖고 있지만, 최대 지불 가능 금액과 실제 동물복지 달걀 가격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들은 일반란 10구 평균 가격을 375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동물복지 달걀이라면 4485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약 20%에 달하는 수치이지만, 실제로 동물복지 달걀은 일반 달걀에 비해 1.5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형성돼 있어 간극이 크게 나타났습니다.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는 동물복지의 향상을 위해 미약하게나마 긍정적인 한 걸음의 변화이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정부, 단체, 농가, 소비자 모두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달걀 생산과 소비를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가격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다시 한 번 가격이 비싼 동물복지 달걀 대신 저렴한 일반 달걀로 돌아설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다양하고 보다 나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