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닭의 성장, 환경과 복지를 생각하다

닭고기는 우리 식탁에서 가장 친숙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생산성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에는 사료 효율을 높이고 성장 속도를 개선하기 위한 육종 기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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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년 동안 육계(고기용 닭)의 평균 무게 변화


최근에는 생산성뿐 아니라 동물복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발표된 해설 논문 「The Welfare Footprint Framework can help balance animal welfare with other food system priorities」에서는 동물복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복지 발자국(Welfare Footprint)' 개념을 제시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육계의 사육 방식이 동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식품 시스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산성과 환경뿐 아니라 동물복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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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겪는 고통도 '측정'할 수 있을까?

연구는 동물복지 연구기관인 WFI(Welfare Footprint Institute)가 주도했습니다. 연구진은 동물이 경험하는 고통을 평가하기 위해 '복지 발자국(Welfare Footprint)'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제품의 환경 영향을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으로 평가하듯, 동물이 경험하는 고통도 복지 발자국이라는 지표를 통해 정량적으로 평가해 정책과 생산 현장의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연구진은 사육환경과 품종, 질병 발생률, 행동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행동 관찰과 신경생리학적 연구, 진통제 반응 등을 바탕으로 동물이 경험하는 고통을 시간 단위로 추정했습니다.

분석 결과 일반적인 빠른 성장형 육계는 평균적으로 약 700시간 동안 다양한 수준의 통증과 불편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약 50시간은 정상적인 행동이 어려울 정도의 심한 통증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육계의 평균 사육 기간이 약 45일(약 1,100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생애의 상당 기간 동안 다양한 수준의 통증과 불편을 경험하는 셈입니다.


성장 속도와 동물복지의 관계

연구진은 성장 속도가 느린 품종을 사용할 경우 일부 건강 문제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성장이 비교적 느린 육계는 절뚝거림(보행장애), 심혈관계 질환, 열 스트레스 등의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구에서는 이러한 품종을 사용할 경우 심한 통증을 경험하는 시간이 약 33시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는 'BCC(Better Chicken Commitment)'와 같은 기준을 통해 느리게 성장하는 품종 사용과 사육 밀도 개선, 환경 풍부화 등을 포함한 동물복지 개선 노력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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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닭의 대부분은 성장 속도가 빠른 품종이다(모든 수치는 추정 범위의 중간값을 나타냄) ⓒWFI


연구진은 이러한 품종 전환으로 생산비가 다소 증가할 수 있지만, 동물복지 향상 효과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심한 통증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동물복지 개선의 효과를 새로운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생산성과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할 과제

반면 모든 문제가 단순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장이 느린 품종은 사육 기간이 길어지고 사료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어 생산비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토지 이용량도 다소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생산성과 환경, 동물복지는 서로 영향을 주는 요소인 만큼 어느 하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 역시 동물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생산성과 환경성, 경제성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 있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축산은 균형에서 시작된다

최근 축산업은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환경과 동물복지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기축산과 동물복지축산, 방목생태축산 등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사육환경 개선과 건강한 사양관리, 적정 사육밀도 유지 등을 통해 동물의 복지를 높이기 위한 시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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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특정 사육방식을 비판하기보다 생산성과 경제성, 환경, 동물복지를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축산의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를 제공합니다. 앞으로 축산업은 생산성과 경제성은 물론 환경과 동물복지까지 균형 있게 고려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노력이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축산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