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소 트림, 바다 해조류가 해결사로 나섰다

메탄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주목받는 온실가스 중 하나입니다. 특히 소와 같은 반추가축은 소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메탄을 배출하는데, 최근 전 세계 축산업계와 연구진은 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료 조성 개선부터 메탄 저감 첨가제 개발까지 여러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바다에서 자라는 붉은 해조류가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정 해조류를 소 사료에 소량 첨가하는 것만으로도 메탄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실제 축산 현장에서도 상용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 사료에 해조류를 넣으면 트림이 줄어든다

'아스파라고피시스(Asparagopsis)'라는 붉은 해조류를 소 사료에 소량 섞어 먹이면 메탄 배출량을 최대 60~67%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소고기 맛이나 우유 품질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요.

57acf2d1affbd.jpegⓒCH4 Global

문제는 이 해조류를 대량으로 키우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수조에서 키우면 해조류가 빽빽해질수록 햇빛이 가려져 성장이 멈춰버리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초 대량 생산 시설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호주의 스타트업 CH4 글로벌이 이 문제를 풀었습니다. 수조 대신 야외 대형 연못을 활용해, 물의 흐름과 햇빛 투과를 최적화한 방식으로 해조류를 키우는 데 성공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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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Steve Meller ⓒCH4 Global

호주 남부 라우스 베이(Louth Bay)에 문을 연 이 시설은 현재 200,000리터짜리 연못 10개를 운영 중이며, 연간 80톤 이상의 해조류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1년 안에 연못을 100개로 늘려 하루 4만 5천 마리의 소에게 공급하는 게 목표입니다.

회사 측은 "정부 보조금 없이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강조합니다. 미쓰비시상사와 아시아·태평양 시장 진출 계획도 맺었고, 한국에서는 롯데인터내셔널과 협력을 논의 중이며, 롯데의 호주 와규 목장에는 이미 해조류 사료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해조류 먹은 소의 스테이크, 식당에 나왔다

671c9c36ab63b.jpeg상업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그 결과물이 벌써 식탁 위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호주의 유명 레스토랑 체인 ‘쓰리 블루 덕스(Three Blue Ducks)’는 해조류 사료를 먹여 키운 앵거스 소고기를 메뉴에 올렸습니다. 업체 측은 "천연 해조류 첨가제를 먹인 소의 스테이크를 제공한 세계 최초 사례"라고 소개합니다. 해당 소들은 항생제와 호르몬제 없이 목초지에서 키워졌고, 맛은 일반 스테이크와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앞서 호주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메탄을 25% 줄인 우유도 세계 최초로 판매된 바 있습니다.

 


소 뱃속 미생물은 이미 해조류를 알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해조류가 왜 효과적인지 그 원리를 하나씩 밝혀나가고 있습니다.

캐나다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소의 장 속에는 붉은 해조류의 주요 성분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이 이미 살고 있었습니다. 해조류를 먹이자 이 미생물이 빠르게 늘어났고, 해조류 성분을 소화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됐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런 능력이 소뿐 아니라 양, 염소, 들소, 심지어 인간과 유인원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즉, 이건 최근에 생긴 능력이 아니라 오랜 진화 과정에서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평소엔 잠들어 있다가 해조류를 먹으면 깨어나는 셈입니다.

 


해조류가 소 뱃속 생태계를 바꾼다

미국 UC 데이비스 연구팀은 해조류가 소의 소화기관 안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더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14일간 해조류를 소량 먹인 젖소는 메탄이 약 60% 줄었고, 우유 생산량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해조류 속 성분이 메탄을 만드는 미생물을 억제하면서, 그 자리를 다른 미생물이 채우는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특히 '듀오데니박실러스(Duodenibacillus)'라는 미생물이 크게 늘었는데, 이 미생물은 원래 메탄으로 빠져나갔을 에너지를 소의 단백질 합성에 쓸 수 있는 물질로 바꿔줍니다. 쉽게 말해, 버려지던 에너지를 소가 재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연구팀은 "해조류 공급이 어려운 지역을 위해, 이 미생물만 따로 추출해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조류, 기후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전 세계 150개국 이상이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30% 줄이겠다고 서약했습니다. 기후 과학자들은 메탄이 앞으로 25년간 기후변화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칠 단일 요소라고 경고합니다.

해조류 하나가 이 거대한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시작됐고, 레스토랑 메뉴에 올랐으며, 과학자들은 그 원리를 속속 밝혀내고 있습니다.

바닷속 작은 해조류와 수억 마리의 소, 그리고 우리의 식탁이 기후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하나씩 연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