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불법 벌채의 중심에서 재생축산으로”… 아마존 축산의 전환 실험

브라질 파라(Pará)주는 아마존 중심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축산 지역입니다. 이곳의 끝없이 이어지는 목초지는 과거 세계에서 가장 생물다양성이 풍부했던 열대우림이 사라진 자리입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약 2,500만 마리의 소와 버팔로가 사육되고 있으며, 축산업은 광업 다음으로 중요한 지역 경제 기반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의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파라 지역에서 사육되는 소의 최소 절반이 불법적으로 벌채된 토지에서 길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이 지역은 지난 4년간 목초지 확대에 따른 산림 파괴가 54% 증가한 대표적인 장소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환경을 넘어 산업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산림 파괴 리스크가 높은 지역에서 생산된 소고기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점점 배제되고 있으며, 유럽·한국·일본 등 주요 수출 시장 접근성도 제한되는 상황입니다.

 

이력추적 의무화… “공급망부터 바꾼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파라 주정부는 가축 이력추적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고 있습니다. 모든 소와 버팔로에 전자 귀표를 부착해 출생부터 도축까지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브라질이 2032년까지 추진 중인 국가 계획보다 6년 앞선 조치로, 파라주는 사실상 시험대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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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표를 단 소 ⓒAndre Dib

세계 최대 육류기업 JBS는 이러한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약 200만 개의 전자 귀표를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비용 부담이 큰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업계와 환경단체는 이 시스템이 불법 벌채 지역에서 생산된 가축의 유통을 차단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력추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토지 자체의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산림을 계속 개간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4,000만 헥타르 ‘황폐지’… 문제이자 기회

브라질에는 약 4,000만 헥타르 규모의 황폐화된 목초지가 존재합니다. 이는 과거 숲을 개간해 조성했지만, 토양이 악화돼 풀조차 제대로 자라지 않는 상태가 된 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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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이 황폐화되면 목초 생산량이 줄어들고, 농가는 더 넓은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적인 산림 개간에 나서게 됩니다. 즉, ‘토양 악화 → 생산성 저하 → 산림 파괴 확대’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닌, 기존 토지를 복원하고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생축산 확산… “토양을 살리면 숲을 지킨다”

현지 농가들 사이에서는 ‘재생축산(regenerative livestock)’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는 토양 건강을 회복시키고 생태계를 고려한 방식으로 가축을 사육하는 접근법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초고밀도 순환방목

가축을 좁은 구역에 짧은 시간 집중 방목한 뒤 다른 구역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분뇨가 고르게 퍼지고, 토양 미생물 활동이 활성화되며, 결과적으로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이 향상됩니다.


▷ 사료 개선과 메탄 저감

옥수수·수수 부산물 등 다른 산업에서 나온 자원을 활용한 사료를 사용하거나, 메탄 발생을 줄이는 기능성 사료를 적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동일 면적에서 더 빠르게 가축을 성장시키고, 단위 생산량당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혼농임업(Agroforestry)

목초지에 나무를 함께 심어 그늘을 제공하고, 토양 수분 유지와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코코아, 아사이 같은 작물을 함께 재배해 농가 소득을 다각화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실제 일부 농가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비료 사용을 중단하고도 목초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개선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배출 산업에서 흡수 산업으로”

연구에 따르면, 관리가 잘된 목초지는 헥타르당 연간 2~4톤의 탄소를 토양에 저장할 수 있습니다. 나무를 함께 심는 혼농임업 시스템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탄소 흡수도 가능합니다.

브라질 정부의 ‘저탄소 농업 계획’ 역시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해당 계획은 목초지 복원과 통합 생산 시스템을 통해 2030년까지 약 1억 8,6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축산이 단순한 온실가스 배출 산업이 아니라, 관리 방식에 따라 탄소를 흡수하는 기후 대응 산업으로 전환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술·데이터·금융… 확산의 열쇠

이러한 변화의 확산에는 기술과 자금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는 위성 데이터와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목초 생육 상태를 분석하고, 가축이 언제 어디에서 방목해야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무료로 공개될 예정으로, 중소 농가의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국제기구들은 탄소배출권 시장(탄소크레딧)을 활용해 축산 농가의 전환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브라질 전역에 약 200만 명에 달하는 축산 농가가 존재하는 만큼, 기술 교육과 현장 지원 체계 확대는 여전히 가장 큰 과제로 꼽힙니다.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

브라질 현지 농가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흐름은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상당수 농가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의 전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특히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가 농장을 이어받으면서 변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 농가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시장 접근성과 산업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이 지속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