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기후위기, 장바구니 물가를 흔들다

영국 에너지·기후 정보연구소(ECIU)의 분석에 따르면,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은 식품의 가격이 평균 장바구니 내 다른 품목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통계청(ONS)의 2025년 8월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번 분석에서, 이러한 기후민감 품목들은 장바구니 비중이 고작 11%에 불과하지만, 전체 식품 가격 상승분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버터, 쇠고기, 우유, 커피, 초콜릿 등 5개 품목의 가격은 지난 1년간 평균 15.6% 상승했으며, 이는 다른 식품·음료의 평균 상승률인 2.8%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입니다.

축산물인 버터와 쇠고기의 가격은 기록적인 폭염과 건조한 여름 등 이상기후로 인해 풀 생산량이 줄고, 그 결과 농가가 외부 사료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던 데에 주로 기인합니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유럽 낙농 가축 바이러스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물가 상승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0745b4b892fad.png식료품 물가 상승을 이끈 5가지 기후민감 품목(버터, 쇠고기, 우유, 커피, 초콜릿)

 

ECIU 수석 분석가 크리스천 자카리니(Christian Jaccarini)는 이번 분석 결과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이러한 식료품 물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리의 식품 시스템이 얼마나 극한 기후에 취약한지 보여준다”며, “최근 몇 년간 기후로 인한 홍수, 가뭄, 폭염이 식량 생산을 크게 흔들었고, 글로벌 사료와 비료 시장의 가스 가격 충격 역시 공급망을 통해 여전히 반영되고 있다. 그 결과 가정이 대가를 치르게 되며, 농민들은 극심한 폭우와 가뭄으로 연속된 두 차례의 최악의 수확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기후위기로 인해 식품비가 반복적으로 오르는 것을 막으려면, 탄소 배출을 순제로로 줄이고 농민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공급망 전반에서 위험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회복력 있는 식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기후위기로 인한 식료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비단 영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늘날 세계의 식료품 체계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한 연구에서는 현재와 같은 기후위기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2050년까지 식료품 가격이 최대 34%까지 오를 수 있으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하더라도 약 25% 상승할 수 있다는 결과가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국내 역시 주요 식품들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이상기후가 장바구니 물가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국내 정책만으로는 가격 변동을 완전히 막기 어려우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농축산업과 유통, 그리고 공급망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국내 생산력을 높이고, 기후에 강한 품종 개발, 저장·유통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안정적인 식품 공급과 가격 안정을 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작은 실천이 중요합니다. 탄소발자국이 낮은 제품이나 지역산·제철 식품을 선택하고, 식품 낭비를 줄이는 습관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 생산자, 소비자가 함께 대응할 때,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도 보다 안정적인 식품 공급과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