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버려지는 뼈, 아름다운 접시로 재탄생하다

음식의 끝에서 완성되는 지속가능한 미식

뉴욕 포카틱코 힐스(Pocantico Hills)에 위치한 레스토랑 ‘블루힐 앳 스톤반스(Blue Hill at Stone Barns)’는 세계적인 미식 공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매체 <Atlas Obscura>의 보도에 따르면, 이곳의 진정한 특별함은 단순히 뛰어난 요리에 있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이곳의 셰프 댄 바버(Dan Barber)는 “음식의 재료가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그 음식을 담는 그릇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농장에서 사육된 소의 뼈로 만든 식기였습니다.

 

이 특별한 식기를 만드는 이는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도예가 그렉 무어(Gregg Moore)입니다. 그는 스톤반스 농장에서 음식 재료로 쓰인 후 남은 소의 뼈를 수거해 고온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뒤, 곱게 분쇄하여 ‘본애시(bone ash)’, 즉 뼛가루를 만듭니다. 이 뼛가루가 바로 뼈로 만든 식기인 본차이나의 핵심 재료가 됩니다.

많은 이들이 ‘본차이나(bone china)’라는 이름을 색깔이나 질감의 표현으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실제로 뼈에서 유래한 재료입니다.

무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생물의 일부였던 뼈가 불을 거쳐 도자기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생명의 순환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그렉 무어가 제작한 식기는 일반 도자기보다 훨씬 단단하면서도 빛을 비추면 은은히 투명하게 빛납니다. 그는 주로 소의 대퇴골을 사용합니다. 대퇴골은 밀도가 높고 무기질 함량이 풍부해, 가장 곱고 깨끗한 뼛가루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기의 재료가 되는 뼈와 흙

 

그가 사용하는 제조 비율은 18세기 영국 도공 조시아 스포드(Josiah Spode) 가 완성한 원조 방식인 뼛가루 50%, 고령토 25%, 장석 25%을 그대로 따릅니다.

이 공정은 단순히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자연의 부산물이 새로운 형태의 생명으로 순환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렉 무어는 소의 사육 방식에 따라 도자기의 품질이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대학 연구진과 함께 풀을 먹고 자란 소, 곡물 사육 소, 공장식 축산 소의 뼛가루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풀을 먹인 소의 뼈에서는 순수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ydroxyapatite)’가 검출되어, 도자기의 백도(白度), 강도, 투명도 모두 뛰어났습니다.

그래스페드 본차이나 식기류 ⓒGreggfmoore

 

반면, 곡물이나 공장식 사육 소의 뼈에서는 대사성 골질환의 흔적인 불순물이 다량 검출되어 도자기의 품질이 낮고 색이 누렇게 변했습니다.

즉 가축이 자연적인 방식으로 길러질수록, 그 뼈로 만든 도자기도 더 강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한편 블루힐에서 사용하는 식기는 깨지더라도 버려지지 않습니다.

무어는 그것들을 다시 분쇄해 새로운 접시로 재탄생시킵니다. 그는 이 과정을 ‘200% 본차이나(200% Bone China)’라 부릅니다. 이 이름은 댄 바버 셰프가 밀의 모든 부분을 활용해 만든 ‘200% 통밀빵(200% Whole Wheat Bread)’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재료의 한 조각도 낭비하지 않고,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완전한 순환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그릇도 요리의 일부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그릇은 단순히 음식을 담는 도구가 아니라, 요리의 철학이 완성되는 마지막 한 조각입니다.

농장의 토양에서 시작된 생명이, 뼈로 남고, 다시 그릇으로 태어나 식탁 위에서 또 다른 생명을 품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미식의 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