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보]방목생태축산, 미래 축산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동물복지 등 이러한 다양한 이슈들은 오늘날의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고, 축산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정적인 노력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죠. 
그러한 노력의 일부로서 <방목생태축산>은 잘 조성된 초지에 가축을 방목해 키우고 사람과 동물, 그리고 환경 모두가 이로울 수 있는 축산업의 미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서로 부르는 명칭만 다를 뿐, 방목형 축산에 대한 지원과 움직임은 폭넓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목생태축산이 이토록 미래 축산의 길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방목생태축산농장 로고 ⓒ방목생태축산농장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과거 소비자들이 축산물의 맛과 가격 등에 초점을 두었다면, 오늘날 소비자들은 축산물이 생산되어 식탁까지 올라가는 모든 과정에 대해 의문을 품습니다. 자연히 보다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축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죠. 축산물 선택에 ‘가치소비’ 행동이 자리잡은 것입니다. 실제 유기축산물, 유기가공식품, 동물복지, 무항생제 등 각종 인증표시가 붙은 지속가능한 축산물의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유기축산물, 무항생제 축산물, 동물복지 인증 표시

이런 점에서 방목생태축산은 앞선 인증 기준들과는 세부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친환경과 동물복지를 표방한다는 점에서의 지향점은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축산에만 국한되지 않고 관광과 체험 등의 6차 산업까지 연계된다는 점은 보다 미래지향적이기까지 합니다. 방목생태축산의 꽃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관광체험목장에서는 실제 가축들을 만나보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추억을 쌓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축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내기 충분합니다. 이처럼 방목생태축산은 소비자들의 원하는 축산의 모습을 보여주죠.

‘환경’과 ‘동물복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축산
방목생태축산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가축의 방목입니다. 이를 위해 방목생태축산농장은 일정한 면적 이상의 방목지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기존 다른 인증들처럼 마리당 면적에 대한 조건과 같은 세부적인 기준이 있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방목을 위해 1ha 이상의 초지면적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방목생태축산농장으로 지정받을 수 있습니다.(정확히 말하면 신청 최소자격이 그렇습니다.) 
결국 방목생태축산농장은 넓은 방목장이 필수적으로 확보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방목된 가축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본래 자연의 습성에 맞게 살아갈 수 있고, 아울러 이들이 방목 초지에서 풀을 뜯고 그 자리에 분뇨를 남기면, 분뇨는 다시 땅으로 돌아가게 되는 토지-풀-가축의 '자연순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도 땅을 돌볼 수 있으며, 땅을 황폐화시키지도 않습니다. 결국 보다 지속가능한 형태의 축산업이 완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넓은 초지에서 자유롭게 방목중인 가축들

한편 방목용 초지는 훌륭한 탄소 흡수원의 역할을 합니다. 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초지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유럽 기준 4.5~40g C/㎡(C sink) 정도로, 이러한 초지의 탄소 흡수량은 초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와 기후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잘 관리된 초지는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데, 초지에 격리된 탄소는 토양 미생물들의 먹이가 되고 토양 미생물은 식물에 무기 영양소를 공급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잘 관리된 방목생태축산농장의 방목 초지는 탄소를 흡수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생산성이 낮은 부실한 초지는 잘 관리된 초지에 비해 탄소격리 능력이 30% 이상 떨어진다



사료비 절감, 새로운 소득원의 창출
방목 초지에서 확보된 조사료(풀사료)를 가축들에게 급여하면 그 자체로 사료비 절감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더욱이 가축들이 본연의 습성에 맞게 먹이를 먹게 되니 건강 유지와 번식력 향상에도 좋은데요. 동물복지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긍정적 작용을 할 수 있죠.
더불어 방목생태축산농장은 관광·체험을 접목하는 6차 산업을 통해 축산물 생산 이외의 부가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방목생태축산 지정농가들 중에는 축산물 판매보다 관광에서 더 큰 소득을 얻는 농가들도 많습니다. 목장의 특색, 기르는 축종, 판매하는 축산물 등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이 방문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간 곳들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목가적인 풍경과 자연을 바탕으로 캠핑, 스테이케이션을 접목한 목장 ⓒ산너미목장



관광·체험 목장으로의 전환, 6차 산업형 축산
방목생태축산농장들의 최종목표는 관광과 체험을 접목한 6차 산업형 축산으로의 전환입니다. 고요하던 목장이 사람들의 방문으로 북적이게 되면 축산농가에는 활기가 돕니다. 방문객들은 목장 체험을 바탕으로 도시에서 누리기 힘든 자연 속에서의 힐링이나 동물과의 교감, 그리고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의 휴식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죠. 이에 따라 목장을 청결하고 자연 그대로 아름답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축산농가는 필수적으로 목장 환경을 보호하게 되며 가축들의 복지 또한 다시 한번 고려하게 됩니다.
도시민들은 자연을 품은 목장 방문을 통해, 힐링과 기쁨을 제공받을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축산업의 이상향
2022년 11월 기준 전국의 방목생태축산농장은 총 51곳으로, 전체 축산 농가의 수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 면적, 가축분뇨의 처리 이슈, 산지의 이용제한,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의 충돌 등 다양한 점들이 방목생태축산농장의 조성과 확대에 애로사항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방목생태축산이 축산농가에게는 경제적 이익을, 가축들에게는 편안한 삶을, 방문객들에게는 즐거운 추억을 제공할 수 있는 꽤나 눈에 띄는 축산모델인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정부 및 지자체, 참여농가 및 다양한 관계 부처, 그리고 국민들의 열띤 관심이 이어진다면 미래에는 방목생태축산이 축산업의 대표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