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친환경축산은 더 나은 축산, 심화된 축산이다

2021-04-07


이덕선 친환경축산협회 부회장


친환경축산은 사실 관행축산과 별개의 축산방법이 아니다. 축산을 대하는 자세의 문제다. 친환경축산물에 대한 접근은 인증제도나 그 인증기준에 맞는 생산품이라고 접근할 수는 있을 수 있으나, ‘친환경축산’이라는 개념은 더 나은 형태의 축산, 축산인으로서 해나가야 하는 노력을 좀 더 심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친환경축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생제를 비롯한 동물약품의 사용문제, 환경친화적인 운영과 아름다운 경관 조성, 악취와 분뇨문제의 해결 등 이 모든 것들은 유기축산이나 무항생제 인증, 동물복지 인증 등과 같은 친환경축산 관련 인증을 받은 친환경축산농가에서만 하는 일이 아니다. 모든 축산농가에서 그 정도는 다르지만 모두 해나가고 있는 일이다.

결국 친환경축산이란 나와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이고, 위생안전성을 비롯해 더 나은 환경에서 키워진 가축을 통해 얻어진 축산물을 소비자들에게 필요한만큼 생산해내기 위한 것이다.



축산도 농업의 일부…환경과의 관계 중요해

친환경축산이라는 것은 단순히 일정한 인증기준에 맞춰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축산업을 영위하는데 있어 환경과 동물복지 등 다양한 연계점을 고려하여 해나가는 종합적인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친환경축산이라는 것이 환경에 최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않는 환경친화적인 면도 가지고 있지만, 농장 주변의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축산도 농업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농장을 운영하면서 최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물이다. 안전하고 좋은 사료를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 마시는 물은 그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보통 축산현장에서의 수질기준은 생활용수 기준에 맞추고 있고, 지하수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생활용수 기준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너무나도 많고, 물의 성분에 따라서도 가축들의 컨디션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질산성 질소 등 최근 이슈화 되고있는 문제가 많다. 현재 질산성 질소 기준이 60세 미만 성인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가축이나 아동 같은 경우는 다른 기준이 적용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먹거리의 안정적인 공급…소농을 키워야 한다

식품, 즉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양한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되는데, 사실 축산에 대해 접근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사실 그동안의 축산에 대한 정부지원이 행정편의주의에 기대 큰 농가 및 업체를 대상으로 많이 이뤄졌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그러한 부분이 없어졌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실제로 방역상으로도 그렇고, 친환경축산의 발전 면에서도 소규모 농가들을 위주로 지원사업이 이뤄져야한다.

실제 대부분의 감염성 동물질병이 유행하는 경우 기업형이나 대규모 농가의 경우 그 피해가 막심해진다. 농장 자체의 규모가 크고, 기업형의 경우 다른 회원농가들에 공통적으로 드나드는 이동차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할 경우 식량산업으로서의 역할에도 지장을 받게 된다.

하지만 농가가 작을 경우에는 감염이 발생하더라도 지자체나 방역당국 입장에서 더 빠르고 작게 사태 대처를 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소규모의 많은 농가들이 작지만 짜임새있게 친환경축산을 실천해나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정부 지원도 이러한 많은 중소농가를 대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사실 그렇게 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축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은 소농에게 차갑다

하지만 여러모로 소농은 어려움이 많다. 실제 지난해에는 산란계 업계에서 식용란 선별포장업이 논란이 많았다. 살충제 계란 파동 후속 대책으로 계란에 대한 위생관리 강화를 위해 ‘식용란 선별포장업 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많은 중소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10,000수 미만은 문제가 안 되지만, 대부분의 농장에서 그 규모 이상이 많기 때문에 산란일자 표기 등을 난각에 표시하게 되고 있고, 이는 곧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농장규모를 줄이고 동물복지 인증농가로서의 길을 선택한 농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동물복지 인증농가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동물복지 유정란의 가격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동물복지나 친환경 계란의 소비층은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농가 수만 늘고있기 때문이다. 동물복지 유정란 등에 대한 소비가 그렇게 빨리 확대되지 않는다는 건 시장의 기정사실이다. 아울러 대형구매처에서도 기업형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납품하는 작은 농장들에서 더 이상 납품을 받지 않는 일들도 최근 왕왕 발생한다. 소농과 공생하는 형태로 산업이 발전되어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규모의 친환경 축산농가들에게 현실은 사실 차갑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더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소비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생산 및 유통과정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생산과 유통현장은 그 농가 및 업체의 마인드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실제로 좋은 먹거리를 좋은 가격에 먹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넷에 사진 한 장을 찍어 올려도 댓글과 좋아요가 많이 달리면 더 열심히 올리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친환경축산을 실천하는 소농들이 더 신나서 더 좋은 축산물을 생산해낼 수 있도록 친환경축산물 생산과정에 더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드리고 싶다.